웨버의 새로운 실황공연물
근래들어 성공작을 못내고 있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제 단물이 빠질대로 빠진 오페라의 유령을 드디어 실황으로 푸는 결심을 하게되었단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는데요. 웨버를 좋아하긴하지만 공연을 영상물로 찍는 다는거 자체가 공연자체의 생명을 끝낸다는 얘기로 받아들이게 되단말이죠. 물론 영상물이 나오고 나서도 공연이 계속되기도 하지만 전같다고 얘기할순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최근 공연실황물의 극장개봉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일반영화대비 2.5배에서 3배가 넘는 가격을 책정해도 좌석점유율이 개봉작 보다 낮은 점유율만 되도 수익이 괜찮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은 보기 힘든 외국 공연물을 한글자막과 함께 볼수 있다는 장점도 있구요.
기본적으로 '캣츠'의 실황물정도 생각하고 갔던 저에게 로열 알버트홀의 규모도 대단했고(기존에 로얄 알버트홀에서 촬영된 공연영상물이 있긴했지만 객석을 이렇게 보여준적이 없어서 이렇게 거대한 공연장인걸 처음 알았습니다.) 기존 오페라의 유령과 색다른 무대 배치때문에 기대감이 커졌지만 그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개선일까 개악일까
오페라의 유령은 25년이 된 공연이란걸 믿을수 없을만큼 아직도 눈이 돌아가게 멋진 프로덕션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을 올리기위해선 프로덕션이 소유하고 있는 무대세트만 사용할수 있고 그 무대가 없으면 공연을 올리기 힘든 공연이라고 하지요. 이런 멋진 무대세트는 아직도 놀랍지만 사실 25년이나 된 공연이다 보니 요새 감각으로 보면 좀 촌스런 부분이 없다고 할순 없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번 25주년기념공연을 맞아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더군요. 최근 공연계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LED화면이 대부분의 세트를 대신하고 간소해진 세트가 무대에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연에서 요새 연출에선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가지치듯 쳐내고 무대가 간소해진 만큼 암전없이 씬이 전환되서 전개도 빠르고 흐름의 속도감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세트가 다 그래픽화면으로 대체되면서 공연이 전체적으로 무척 가벼워집니다. 잘만들어지고 화려한 cg지만 cg는 cg일뿐 장면의 웅장함을 주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요새 많은 서사극영화들이 정말 블루스크린앞에서 소리만 지르고 연기만 하고 스펙터클한 cg를 덧입히는데 사실 요새 서사극 작품중에 옛날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더군요. 옛날보다 더 스케일은 커지지만 진짜를 이길수 있는 가짜는 없는 것이죠. 이런 LED 화면이 개악만 있진 않습니다. 요새 기준으로보면 살짝 촌스러웠던 장면들이나 팬텀의 공포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가지 효과적인 화면을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무대중에 하나인 <마스컬레이드>는 전체적으로 효과가가 많이 감소되서 댄서가 많아져서 스펙터클한 면은 있지만 조명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다소 감소된 듯해서 아쉬웠습니다.
우리나라에 2012년도에 또다시 오페라의 유령이 잡혀있다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들어온다는게 혹시나 이번 led버젼이 새로운 버젼으로 공연된다면 이렇게 빨리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더군요. 기본적으로 로열알버트홀 버젼이면 언제든지 쉽게 올리고 쉽게 내릴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평범한 노래가 좋은 공연으로 남을 여지도 많습니다. 그만큼 86년도 프로덕션은 신비스러움과 웅장함이있는 무대죠. 오페라의 유령만큼 보는 이로 하여금 마술같은 공연이 없는데 로열알버트홀에서 한만큼이면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부분 중에 제일 맘에 드는 것은 크리스틴이 반지를 돌려주고 떠나면서 부르는 '나만 사랑해줘요'란 가사가 라울에게만 부르는게 아니라 팬텀에게도 부르는 노래란 점이죠. 이전까진 자길 사랑한다고 울부짓는 광기를 부리는 남자를 뒤로 하고 염장질하면서 떠나버리는 모습이었다면 나를 사랑해달라는 노래를 라울뿐 아니라 팬텀에게도 불러서 사실 어장관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남자에겐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작은 사랑의 감정일 수 도 있습니다. 잠깐이나마 크리스틴에게 사랑이란것을 받고 아직도 그녀를 사랑해도 되는 여지를 준 것만으로도 사랑을 받아보지도 줄줄도 모르는 그에겐 계속해서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것이죠. 사실 그전의 연출은 백마탄 왕자를 만나자 일곱난장이에게 눈길한번 안주고 백마타고 떠나가는 백설공주같은 모습이었죠. 백설공주가 일곱난장이에게 그런 취급을 해선 안되듯 크리스틴도 그래선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뭐 그래서 더 애절하긴했지만요.
뒤지지 않는 우리나라 뮤지컬배우들
솔직히 연기는 양준모가 노래는 양준모나 홍광호가 크리스틴은 최현주가 더 잘했습니다. 제가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고 오고나서도 느꼈던건데 우리나라에서 노래좀 한다는 뮤지컬 배우들 외국배우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고 더 잘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선천적으로 안되는 Feel이란 부분은 어쩔수 없지만('라이언킹'의 흑인음악이나 '시카고'의 재즈댄스) 전 계속 우리나라 2009년도 버젼이 더 좋았습니다. 전성기때 마이클 크로포드나 사라 브라이트만이었어도 그랬겠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음반만 들으면 딱히 그들이 최고다라고 생각이 들지만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오리지널일 뿐이죠. 종종 오리지널 배우들이란 문구로 유혹하지만 '렌트' 내한공연때 아담 파스칼같이 굉장히 잘하는 배우는 예외로 두더라도 말이죠. 2012년도에 '위키드'와 '팬텀'이 잡혀있지만 우리나라배우들이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만 하시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