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el's Rodelinda
르네 플레밍/로델린다, 안드레아 숄/베르타리도, 스테파니 블라이스/에두이제, 조셉 카이저/그리모알도
르네 누님~ 완죤 좋아한다능~
음악극의 근간
제가 하려는 얘긴 오페라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선 뮤지컬과 오페라의 구분을 지어야겠네요. 근데 이걸 시원스레 정리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습니다. 시원스럽게 정리하기 힘들겠죠. 사실 제일 단순하게 정리하는게 뮤지컬은 연극적 대사를 한다는 정도인데 이건 오페레타나 오페라부파에서도 있는것이구요. 좀 더 클래시컬한 음악을 쓴다는 점도 <오페라의 유령>때문에 경계선이 무너졌죠. 주역대부분을 성악출신으로 쓰고 작품의 음악이 무척 클래시컬하니까요. 사실 잘 모르는 분들은 <오페라의 유령>을 오페라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작곡된 영어 오페라를 본적이 있는데 언어가 영어가 되니 그냥 뮤지컬이라고 하면서 티켓 팔아도 아무도 구분못하겠더군요. 이제 구분 할수 있는 방법은 클래식계에서 제작하면 오페라고 엔터테인먼트쪽에서 만들면 뮤지컬이라고 구분해야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같아보여도 다르긴한게 오페라에서 가수는 음악의 한부분이자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또다른 악기란 느낌이라면 뮤지컬은 작품구성의 한부분이란 느낌이랄까요. 더 복잡한가요? 일단 오페라와 뮤지컬은 다른 장르이나 기조는 같다는 예로 이야기를 시작할까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한데 묶어 음악극이라고 할까합니다. 오페라는 가수고 뮤지컬은 배우라 이런것도 문제인데 연기이야기를 할때는 배우라고 하고 노래를 이야기할땐 가수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용어는 그냥 뮤지컬위주로 적습니다. 오페라용어를 모르기도 하구요.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는건 <로델린다>란 작품을 보고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음악극에서의 노래도 연극처럼 독백(monolgue), 대화(dialogue), 방백(aside)으로 구분되겠죠. 독백과 방백은 기본적으론 다른 등장인물들과 생각을 공유하진 않고 특히 독백은 내용에 따라 관객이 딱히 들리지 않게 조그만한 소리로 하기도 합니다. 다만 음악극에선 노래하는데 소리를 줄여서 하지 않죠. 노래는 노래니까 성량껏 불러야하죠. 근데 이 작품에서 묘한 장면이 있습니다. 혹시 제 설명을 듣고 이 작품이 코메디인가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소품에 가깝긴하지만 정극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영주가 왕에게 반란을 일으켜 왕은 도망을 치고 영주는 왕이 죽었다고 들어서 죽은 왕의 왕비를 맞아들여 왕권확립을 하려고합니다. 무슨 놈의 왕국이 이리도 좁은지 도망쳤다는 왕은 함락된 자기 성의 마굿간에 숨어있어서 모든 상황을 다 보게되는데 내용중에 정황상 독백에 해당하는 노래인데 목청껏 부르니까 지나가던 등장인물이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그를 발견합니다. 거기서 또 등장인물끼리 속편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 다른 등장인물이 어디선가 노래소리를 들려서 왔다는 표정으로 무대에 등장합니다. 두번째 발견은 그나마 대사에 해당하는 노래니까 말은 된다고 보지만 사실 정극이었다면 이 역시 도망자와 이야기하는 부분이니 소근소근 얘기했겠죠.
사실 음악극에선 그동안 리얼리티란게 많이 무시되어왔습니다. 기본은 음악이 주가 되기때문에 극을 주로 음악위주로 끌고 음악을 잘들려주는데 주력해왔기때문입니다. 사실 음악극을 싫어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그런게 많죠. 멀쩡히 대화하다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른단 말이죠.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결한다기보단 노래몇곡에 해결되곤하죠. 기승전결, 희노애락을 다 노래로 표현하지만 독백, 대화, 방백의 경계정도는 지켜주고 있었죠. 근데 이 작품에선 독백이나 대화가 목청껏 부르는 노래가 되다보니 좁디 좁은 동네에서 동네방네 다 알게된단 말이죠. 이런 대사가 있는건 아니지만 "앗 오랑캐도망자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와같은 상황이 펼쳐진거란 말입니다. 아마도 원래 극에선 우연히 연속적으로 발견되는 수준이었겠지만 연출자가 "이렇게 노래를 목청껏 부르고 있는데 노래소리를 듣고 와야하는거 아닐까?" 란 생각으로 연출한게 아닌가 싶어요. 흥미로운 연출이었죠. 누구나 할수 있는 연출이지만 규칙에 얽매여 하지 못한걸 했다는 느낌이죠. 원래 독백처럼 부르는 노래는 마음속의 이야기인것이지 누구가에게 들리라고 부르는게 아닌건 확실하니까요. 그래서 감상하는 내내 음악극에서의 노래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되더군요. 그야말로 개인적인 흥미긴합니다.
헨델과 카스트라토
이 외모에 꾀꼬리같은 소프라노음색이 나오는데 위화감이 심하게 듭디다
사실은 저는 '파리넬리'은 요새 봤습니다. 한 한달도 안됐어요. '파리넬리'개봉하고 비디오나오고 한창 많이들 볼때 너무 너무 많이 얘길 듣고 작품 전체의 줄거리를 다 알아서 보고 싶어지지 않았어요. 당시 심야라디오 애청자라 숱하게 틀어주던 '울게하소서'도 지겨웠구요. 극장에서 한참 할때 확 봤어야했는데 놓치고 나니까 한참 지나고나서야 보게되었어요. 근데 이 작품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건 지금은 없어진 카스트라토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헨델이란 걸출한 음악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음악가들은 클래식음악을 하는 보통의 집안이 그렇듯 엘리트코스를 밟다보니 인생이 딱히 영화화 할만한 기나긴 스토리가 없다보니 영화화가 안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카스트라토에 집착하는 헨델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작품이었던거죠. 사실 영화를 보고 나니 카스트라토가 매력이 있고 그에 대한 헨델의 집착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있지만... 남자 배역이라뇨?? 전 카스트라토가 여자배역을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생각해보면 파리넬리가 하던 역할들이 나름 남자역할이었겠구나 싶긴하더라구요. 모차르트작품에서 소년역에 카운터테너가 들어가고 소년역을 메조소프라노가 하기도 하는건 봤지만 소프라노음역의 카운터테너가 남자배역을 하는건 좀 생경하더군요. 남녀주인공의 듀엣곡은 거의 소프라노 이중창에 가까웠답니다.
작품의 또다른 카운터테너 두명의 카운터테너가 이중창을 부르는데 이 두분다 바디랭귀지도 그렇고
미드의 게이커플이 뮤지컬하는 것 처럼 보이더군요. 신분이 틀리니 왕에게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진데
스킨쉽은 왜이렇게 자주하는지요. 제가 스테레오타입의 게이에 대한 편견있었던건지도 모르지만요.
개인적으로 바로크음악을 그리 선호하진 않았습니다. 리드미컬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하지만 지나치게 나른해요. 왕족이나 귀족들 음악이라 그렇겠죠. 헨델도 메시아같은 작품도 있지만 바흐나 헨델이나 소편성곡들이 유명하고 대중적이구요. 이런 계보는 오페라에서도 이어집니다. 사실 이 작품은 오페라하우스용이라기 보단 궁중에서 조촐하게 한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앙상블도 거의 없고 음악도 소편성으로 이뤄집니다. 근데 그게 가수의 기교나 음색을 그대로 즐길수 있다는 점에선 무척 좋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반면 그것은 가수의 역량이 무대에서 벌거벗겨지는 것이기도 하죠. 거기다 애드립에 콜로라투라는 어찌나 많은지 소프라노의 콜로라투라는 흔하게 들었지만 테너나 바리톤의 콜라라투라는 이 작품에서 처음들은거 같아요. 다른 작품에도 있었을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남성가수곡에도 콜라라투라와 애드립이 필요했어요. 가수들이 헨델작품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확실히 소프라노들에 비해 남자가수들은 역량부족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두 카운터테너는 가는 소리를 내는데 주력하다보니 울림통을 제대로 못울린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원래 자기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를 억지로 내는 것이니 부족할수 밖에 없었던거 아닌가싶네요. 전반적으로 르네 플레밍과 스테파니 블라이스를 제외하곤 제몫을 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리고 재밌는건 두 카운테테너 다 자기 목소리는 베이스였단 점입니다. 인터뷰시간에 나오는데 바닥으로 쫙 깔리는 저음목소리더군요. 둘이 듀엣할땐 게이커플로 보이더니 자기 목소리를 내니까 그런 부분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목소리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되고 카스트라토에게 주연을 맡기고자하는게 헨델 의도 였을테니 이렇게 오도하면 안되겠지만, 주인공이 칠칠지 못해서 상황이 이렇게 꼬여간다는 느낌이예요. 남자가 너무 여성스러워서 이 모든 불행을 야기한것만 같고 도망자주제에 자기 성안에서 숨어있는 주제에 부인의 정절을 의심하기나 하고 잘 숨어 있을것이지 밖에 나와서 노래부르다가 틀키고 계속 민폐만 끼치다가 마지막에 종국엔 활약하긴는데... 솔직히 매력은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카스트라토가 했으면 달랐을까요? 헨델시대의 연출은 어땠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궁금증을 풀긴 힘들겠죠. 사실상 그냥 테너가 했으면 작품자체의 완성도는 더 있어보였겠지만 그런 류의 작품이면 제가 이런 장문의 글을 쓰진 않았겠죠.
어쨌든 헨델의 작품에 지대한 관심이 가긴합니다. 이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품도 카스트라토가 주인공이면 남자주인공이 다 카운터테너가 할테니까요. 바로 그런면이 헨델의 오페라가 보기 드문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확실히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에 비해선 공연되는 작품수가 적긴하니까요.
스테파니 블라이스 엄청난 노래실력과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저 바리톤 쉔양은 중국계인데 잘하더군요.
이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건 제 시각 남다른 시각같긴합니다. 뮤지컬과 오페라를 같이 보다 보니 꼭 둘을 분석하게되는 버릇이 있긴하거든요. 오페라를 본 횟수가 주로 영상물이긴하지만 그래도 편수가 쌓이다보니 이번 작품은 정말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이긴했어요. 대극장에서 소품을 올리는 방식도 그렇고 연출방식이나 카운터테너가 주연인 작품인것도 그렇구요. 인터미션까지 4시간의 러닝타임이었지만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도 좋았구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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