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sini's Armida - Renee Fleming

Met hd on screen 란 컨셉으로 HD카메라로 찍어 고화질, 고음질(HD의 장점은 단지 화질뿐 아니라 음질도 있습니다. 물론 화질도 잘 못살리는데 음질을 살리는건 더 힘들겠지만요.)로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상연되는 오페라공연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상영하는 컨셉이죠. 우리나라엔 자막을 위해서인지 약 두달정도의 시간의 텀을 두고 상영하고 있습니다. '아르미다'는 09-10시즌 마지막작품으로 이번에 놓치게 되면 올겨울에나 또 만나게되겠죠.(물론 재계약을 해주기도 해야겠지만요. 꼭 해주시길...)

'카르멘'에 홀딱 반했지만 먼거리에 기나긴 상영시간때문에 한동안 Met on screen시리즈를 외면해오다 '카르멘'의 인터미션 인터뷰어로 나왔을때 눈에 확들어오고 '장미의 기사'에서 홀딱 반한 르네 플레밍 여사님(?)이 타이틀롤을 맡으신 작품이라 부랴 부랴 표를 끊게됐죠.

보통 오페라들이 스토리가 단순한 편인데 이 작품 역시 굉장히 단순합니다. 작품이 1817년 이후 처음올라가는 것이라고 하고(이게 MET기준인지 오페라자체 기준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는 '구원된 예루살렘'의 스토리를 각색해 오페라 '리날도'와도 스토리가 완전히 틀려서 그저 아르미다란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새로운 창작물이 아닌가 싶네요. 예루살렘을 치러온 프랑스의 십자군의 대장인 고프레도는 심복을 잃고 잠시 슬퍼하지만 재정비하고 전열을 다듬습니다. 그 사이 공주이자 마법사인 아르미다가 미모와 마법으로 자신의 나라를 되찾아줄 기사를 찾는데요. 고프레도를 제외하고 모든 기사들이 그녀의 미모에 홀려 그녀를 돕겠다고 나섭니다. 고프레도는 새로운 심복으로 리날도를 뽑게되고 제르랄도가 반발하여 루머를 퍼뜨리자 화가난 리날도가 분노하여 그를 죽입니다. 이에 화가난 고프레도가 리날도를 징계하려하자 리날도를 사랑하는 아르미다가 그를 데리고 폭풍우를 일으켜 자신만의 세계에 데리고 가는 것으로 1막이 끝납니다. 뭐 결국엔 비극으로 끝나긴하는데...(이 얘긴 중간 인터뷰에 대략적으로 언급되서 스포일러도 아닙니다.) 비교적 내용이 황당하고 2막이후엔 별다른 스토리도 없는데 환타지적 요소가 있어서 그런건지 뮤지컬연출가 출신이 연출해서 그런건지 무대의상이나 무대분위기가 오페라보단 뮤지컬을 연상하게 되는 요소가 많습니다. 다소 '마술피리'처럼 전연령관람용 냄새가 살짝 풍기기도 하구요. 뮤지컬적인 느낌이 강해서 오페라팬에겐 되려 별로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공연당시 평가가 썩 좋지많은 않았다고 하네요. 왜인지는 모르겠네요. 저도 찾다보니 그런 글을 본 것 뿐이라서요.


르네플레밍의 매력적인 팜므파탈적인 부분은 좋았지만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부분은 약간 왠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더군요. 원래의 금발로 출연하면 어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구요. 보통 이런 이모(?)뻘 배우에게 반한적이 없는데 너무 너무 우아하고 매력적이시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실력도 출중하시고 보통 뭔가 하나 부족하기 마련인데 어느한구석 흠잡을데 없이 매력적이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작품은 여태봐온 여러 작품과 달리 오페라만의 규칙들이 살짝 살짝 깨어져있는데 주요 출연진 5명이 모두 다 테너라는 점입니다. 중간 인터뷰에 이런 출중한 테너들이 다 여기와있으니 유럽에서 오페라공연이 되겠냐는 오버스런 질문에 한군데정도는 하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는 오버스런 답변을 보곤 살짝 기가 차기도 했는데요. 그런 자부심만큼이나 주역이던 조역이던 5명의 테너가 고른 실력으로 자기씬에선 압도를 하는데 가끔 뮤지컬 공연에서 배우분들 실력들이 들쭉날쭉하면 몰입이 깨지곤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되더군요.

다소 황당한 결말과 두번의 인터미션(15분과 5분)을 합해 3시간 40분짜리 작품이지만 왠간한 오페라 영상물과 달리 뛰어난 화질이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뮤지컬적인 무대와 느낌때문에 뮤지컬팬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은 그런 오페라였습니다. 평소 Met on screen 시리즈에 관심은 있었으나 여러 이유로 관람하지 못한 분께 시즌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기에 한번 추천해봅니다.

by 단열했니 2010. 7. 22.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