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 LG아트센터
임선우 이주실 조원희 정영주 함건수 임재현 장원령 신현지 임문희 이성훈 박예은

영상물과 경쟁해야하는 무대극은 불리하다

공연에 대한 점수가 짠 분들은 주로 원작 영화인 빌리엘리어트에 애정이 많은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원작을 10번이상 보아온 저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모든 무비컬들이 그래왔듯 영상언어라는 간결하고 드라마틱의 극치를 보여주는 영상물에 한정된 장소에서 실시간으로 모든걸 보여줘야하는 무대극은 표현수단방법에서 한수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겠죠. 당연히 뮤지컬쪽은 일단 출연한 배우들에게 작든 크던 분량을 줘야하기때문에 성인조역배역진에는 일정한 분량들이 주어졌고 원작의 빌리 엘리어트와 아버지란 주요테마에 더하기 의미없는 덧붙이기 분량들이 엄청 늘어났습니다. 솔직히 필요없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정도입니다. 뮤지컬적 재미로 보자는 의미로 생각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러기에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다치고 성인연기자들은 왜?
당일날 캐스팅이 바뀌는건 그렇다치고 1막에 출연했던 배우가 2막에서 바뀌는 일이 있다는 얘길 종종 보게됩니다. 원래 8~9명이 로테이션으로 공연한다고 하는데 4명으론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겠죠. 사실 이 아이들은 남성 아역연기자의 정년에 해당되는 나이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성장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들이 생기는건 당연하죠. 오픈런이니 네명의 아이외에 준비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고 믿고 싶을정도입니다. 벌써 네명의 로테이션에 문제점이 보이는데 공연계의 성수기인 연말까진 끌어야할테니까요. 게다가 2막 시작전까지 배우들이 대기한다는건 매일 최소한 1~2명은 출연하지도 않는데 극장뒤에 1막 끝날때까지 대기하고 있어야한다는거죠. 하지만 제가 본날만 치면 성인연기자들도 문제인게 벌써 지쳤습니다. 이주실, 정영주, 임문희씨만 멀쩡합니다. 그리고 보니 다 여배우네요. 제가 비교적 앞열에서 보고있는데 배우들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노래엔 힘이 없습니다. 8월말에 개막한 공연의 배우들이 왜 벌써 지쳤을까요. 오페라의 유령도 중간에 좀 힘들어 보였지만 대부분 괜찮았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이 작품에서의 타이틀롤이지만 빌리의 배역은 의외로 적습니다. 대부분의 노래를 성인연기자들이 부르고 춤추는데다 앙상블들은 쉴새없이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머무는 시간도 상당히 깁니다. 중간 중간 주역들과 아역들만의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은 주로 옷갈아입는데 쓰겠죠. 몇몇 지친 연기자들을 보니 얼터만 한팀있어야겠다 싶겠다란 생각마저 들더군요.



무대극 역사상 가장 혹독한 배역
보통 무대에 아역을 세우는건 그냥 아이가 잠깐 귀여운 외모로 애교를 부려서 지겹고 완성도 떨어지는 극에서 관객들에게 동정심을 얻어보자는 수작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보통 아이가 중요배역을 맡아야할때는 성인여자배우중에 키작고 동안인 배우가 아이역을 맡곤 하죠. 제가 뭐 뮤지컬의 역사를 통틀어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토니어워드 빌리엘리어트 영상은 애가 무대에서 하면 얼마나 하겠어란 저의 생각을 180도 바꿔주었는데요.(영상은 유튜브를 찾아보세요.) 영화면 단기간 집중훈련과 카메라워크로 커버하지만 거의 매일매일서야하는 무대극은 그 얘기가 많이 틀립니다. 솔직히 이 작품은 대작 뮤지컬이 될수도 없는 내용이거니와 공연도 관례대로 성인연기자가 빌리엘리어트 역할을 했다면 장기공연은 커녕 우리나라에 넘어오지도 않고 막내렸을 작품입니다. 공연중간에 기립박수가 나오는게 첨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보면 언뜻 이해가 될정도로 혹독해보이는 훈련끝에 나왔을 어린 배우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거죠. 아직 'why'가 없는 나이에 그저 어른들의 박수갈채에 힘입어 고통스러운 훈련끝에 장기공연을 펼치고 있는거죠. 아역배우에게 이렇게까지 혹독하게 훈련시킨 전례가 있을까 싶을정도로 주요배역에 높은 비중이어서 보는 사람이 질릴정도입니다. 낮에는 학교생활 밤에는 출연하지 않아도 극장으로 달려가야하고 성장통을 겪으며 무대에 서는거죠. 적어도 선우빌리는 중간 중간 피곤함을 보여주지만 무대에 두려움없이 맞서며 즐긴다는 느낌이어서 당일의 갑작스런 캐스팅 교체가 전혀 불만스럽지않게 해주었습니다. 마이클의 이성훈군도 무대를 즐기는 모습에 덩달아 즐거울 수 밖에 없었구요. 피곤해보이는 성인연기자들에 비해 이 두 친구들이 작품의 활력소가 되어주었고,빌리를 소화해야하는 소년의 연기자체가 작품의 스펙터클인거죠. 이 별로 대작같지 않은 대작이 대작이 되는 이유이며 예술의 극치인지 아동학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이들이 이 작품을 올리는데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은 아이들의 재산이 된다고 생각하면 저는 충분히 이 아이들에게도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른 시일내에 관람추천
사실 보고 바로나와서는 재관람생각이 없었습니다. 이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도 저는 재관람에 인색했거든요. 근데 이 작품을 한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드네요. 다른 아이의 연기도 보고 싶은거죠. 각자 다 다른 개성이 있다고 하니까요. 아이의 연기자체가 작품의 힘이니만큼 그 힘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구요. 그래서 브로드웨이에서 장기공연되는고 있는것도 아이들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제작사측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더블캐스팅이 생기던지 빌리가 몇명 보충되던지 해야 장기간 공연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이대로 진행될지도 모르구요. 사실 이렇게 일찍 매너리즘이 찾아올줄 알았으면 개막 초기부터 보는건데란 생각도 많이 듭니다. 저도 그래서 일찌감치 관람하시는걸 추천하고 싶네요. 나중에 큰 할인 생기면 속이 좀 쓰릴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아직은 덜 지쳤을때라도 빨리 보시는게 남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속편히 재관람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이 작품을 재관람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by 단열했니 2010. 9. 25.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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