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5일 - 코엑스 아티움
제시카 김도현 김형묵 전수경 이주원 고영빈


걸그룹의 여제 소녀시대
전 최근 몇년간 가요를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지 않는 사람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원더걸스도 텔미를 부른 걸그룹이라고만 알고 있었고 소희를 모르면 인터넷을 안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니 소희는 알고 있었죠. 우연히 들은 마이티 마우스의 '에너지'란 노래가 너무 좋아서 민선예란 이름을 간신히 아는 정도였습니다. 어느샌가 소녀시대가 나왔지만 여전히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원더걸스가 미국으로 떠나고 gee가 대박이 나고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던 소녀시대는 전국민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인터넷을 중독적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소녀시대를 모를래야 모를 수 가 없더군요. 그래서 대충 9명의 이름을 다 외우는 지경에 이릅니다. 노래는 여전히 안좋아했지만 처음으로 '소원을 말해봐'를 통해 소녀시대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한도전을 무척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박명수와 제시카의 '냉면'은 제 mp3에 유일하게 들어있는 가요가 됩니다. 원래 아이돌 가수 시장은 10대와 20대 초반의 소비로 이루어졌는데 일본의 '모닝구무스메'를 제대로 벤치마킹한 '소녀시대'를 통해 한국판 무스코인 소위 삼촌팬을 확보하면서 욘사마팬들이 경제력을 통해 엄청난 매출을 창출하듯 10~20대완 다른 경제력을 가진 삼촌팬들의 힘으로 인해 새로운 붐을 일으키더군요. 그래서 규모는 훨씬 작아도 수익은 탄탄한 것이죠. 이는 요새 조금씩 다시 걸그룹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찰해본 결과 다른 걸그룹들도 어느정도 성공을 이룬다곤 하지만 소녀시대처럼 한 특정계층의 열열한 지지를 일으키고 있진 않거든요. 원더걸스가 미국으로 떠난 지금 걸그룹 중의 탑을 차지하게 된것이죠. 장사잘하는 걸로는 제가 인정하는 기획사중에 하나인 sm이 이런걸 놓칠리 없었고 소녀시대 멤버 중 처음으로 제시카가 뮤지컬에 진출하게 됩니다.

개막 8주차 3회째 출연한 제시카
물론 저는 기대치를 많이 낮췄습니다. 원래는 첫공을 보려고 했는데 소녀시대 단독콘서트가 19일에 잡혀있다는 얘기에 1, 2회차는 거의 프리뷰겠더니 싶어서 이거야 말로 첫공이지 않겠냐 싶어 보러 왔습니다. 노래는 뭐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역시 sm출신 아이돌이랄까요. 당연히 뮤지컬 배우들과의 성량차이는 있었지만 튼튼한 조연진들은 그런 제시카의 약점을 커버해주는데 문제가 없었고 본인도 노래와 노래 중 대사를 소화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가끔 음이탈이 일어났지만 첫공이나 다름없으니까라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대사를 겨우 외우더군요. 대사에 대한 감정표현을 할 정신이 없이 대사를 쏟아냅니다. 콩트연기정도는 해봤기때문에 코메디 부분은 재밌게 소화해내지만 정극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본인이 어색함을 감당하지 못하는게 보이더군요. 그렇습니다. 정극연기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거죠. sm이 다 좋은데 연기를 시키면서 연기에 대한 준비를 좀 소홀히 하는 편인 듯합니다. 드라마를 한 유노윤호나 뮤지컬에 데뷔한 수퍼주니어 멤버들 모두 연기에선 좋은 소릴 못듣더군요. 이건 제시카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습니다. 이미 두달남짓한 공연기간동안 자기 역할을 만들어놓은 타 배우들과 동떨어져있고 앞으로 1월달에 10회 공연이 남아있긴하지만 소녀시대 스케쥴이 연속적으로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연기를 끌어올릴지 의심스럽더군요.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연기의 페이스를 자기 맘대로 조절할 수 없기때문에 굉장한 집중력과 연습이 없이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힘들텐데 말이죠. 뭐 PMC자체내로는 이 캐스팅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거 같네요. 객석점유율이 엄청나더군요. 반면 티켓자체는 다른 캐스팅 탓인지 이런 저런 할인을 너무 많이 해서 제값주고 보는게 돈이 아까 울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는 관대했다.
나름 연예인 캐스팅을 보면서 관대하게 보는 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연예인 캐스팅을 즐기는 편입니다. 연극무대나 뮤지컬 무대에 서는 연예인들 중에 개인적으로 방송이나 영화에서 좋게 본 연예인들은 가급적 공연을 보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방송이나 영화를 하는 분들은 그러한 자리까지 올라가는데 있어서 그 어떤 예술장르보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방송에서 살아남지 못해서 무대로 온 연예인이 아닌 뮤지컬 무대가 하나의 나들이 같은 연예인을 선호하죠. 노래나 연기가 조금은 어설퍼도 그 자리까지 올라서고 유지한 그들만의 아우라를 직접 느낄수 있거든요. 하지만 뮤지컬에 처음이고 연기가 처음인 아이돌에게까지 그런걸 바란건 무리가 있었던거 같습니다. 산전수전이라고 해봐야 연습생시절이었고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된 케이스인데다 큰 욕심없이 출연했을 듯한 무한도전에서 대박을 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는 소녀시대 멤버중 하나였을 아이돌가수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것이죠. 외모는 확실히 우월합니다. 그리고 가수들이 작은건 알았지만 마치 다른 사람들은 정말 그냥 사람이고 제시카만 요정처럼 보일정도로 비율적으로 모든게 다 작고 예쁘더군요. 아마 나름 자기들도 날씬하고 잘빠졌다고 생각하던 여자 뮤지컬 배우들이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엄청난 외모와 우월한 몸매를 가지고 있더군요. 이런 신체비율을 가지고 있으니 그 치열한 연예계에서 A급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론 절 만족 시킬순 없었던것 같습니다.

유쾌한 뮤지컬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주연이 발연기를 해도 지루할 틈없이 넘어가며 노래도 상당히 좋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밝아서 뮤지컬 입문용으로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되려 큰 가창력을 요구하는 노래가 없어서 귀가 좀 심심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연예인 캐스팅을 이렇게 잔뜩 할 수 있었던 요인인거죠. 그러나 뮤지컬이 꼭 엄청난 하이톤으로 질러줘야하는 건 아니니까요. 김도현씨와 고영빈씨가 좀 아깝다란 생각이 들긴하는데 반면 이 분들이 아녔으면 무게감이 없었겠죠. 무대는 뭔가 좀 저렴해보인다는 느낌도 있는데 브로드웨이작품 쪽도 이런가 살짝 고민되더군요. 상당부분 우리나라와서 바꿨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공연끝나고 나오면 '제시카 너무 인형같다.', '미용사(전수경 분)가 너무 재밌다.'라는 밝은 표정이 다분합니다. 저만 좀 어두운 표정으로 나왔죠. 작품은 괜찮습니다. 고려하시던 분들은 관람하셔도 좋습니다.

아이돌캐스팅은 계속된다 쭈욱~
사실 그동안 아이돌가수들이 뮤지컬에 캐스팅되었었지만 생각보다 방송노출빈도는 낮았습니다. 주로팬클럽위주의 판매만 됐었죠. 초대권 비율은 모르지만 제시카출연분은 단관도 금지했다고 하니 초대권도 많이 배포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객석점유율이 무척좋기때문에 어차피 결과가 중요한 세계에서 고무적인 일이죠.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연예인의 뮤지컬 데뷔무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뮤지컬배우에 비해 객석점유율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면 자본주의의 논리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는거죠. 다만 배우는 노래를 가수는 연기를 좀 보완하고 나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TV드라마에서 아무리 발연기를 해도 그저 하루에 한시간 정도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뮤지컬은 몇시간을 소비해야하고 비용도 많이 지불하니까요. 그냥 최소한이면 되는데 말이죠. 최소한이면 됩니다.

이게 뭐야
★★

by 단열했니 2010. 1. 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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