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 LG아트센터
정성화 이희정 김선영 전미도 최용민 민경옥 문성혁 조휘 임진웅
에이콤의 참신하지 않은 기획
사실 에이콤하면 '명성황후'이미지만 강합니다. 사실상 '명성황후'로 먹고사는 기획사란 이미지죠. 너무 우려먹는데다 언젠가는 한번쯤 봐야지 했는데 원래는 오케스트라였다가 mr로 바뀌었단 얘기에 보고 싶던 마음이 싹가시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관람시기를 좀 따뜻한 시기에 경희궁 공연할때 여자친구가 있으면 봐야겠다라는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안엔 보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자주 올라가죠. 이렇게 자주 올라가면 보고싶다가도 미루게되죠. 캐스팅도 항상 이태원씨 아님 이상은씨라 타 뮤지컬에서 접하지 못한 분들이라 딱히 땡기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영웅'의 제작발표기사만 보고 캐스팅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명성황후' 다음에 안중근의사냐라는게 되려 상업적으로 보이더군요. 물론 우리나라를 사랑하지만 애국심마케팅이 꼴보기 싫은 것 처럼요. 사실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서세원이 제작한 '도마 안중근'도 개봉했다가 처절하게 망한 전력이 있구요. 작품자체의 퀄리티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 작품이라곤 하나 그것외에도 작품자체가 대중에 관심을 전혀 못끌었죠.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길 뮤지컬로 만드는 리스크를 가진 작품인거죠.
완벽한 프로덕션의 모범
지극히 식상한 소재로 성공적인 작품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완벽을 기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제가 허접한 글솜씨로 칭찬의 글을 쓰게되면 제가 그동안 후기를 썼던 다른 작품들 중에 왠간한 퀄리티만 되도 잘만들었다고 칭찬했던 작품들과 같은 선상에 올라갈까 조심스러울 정도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MR를 선택한게 탁월하다고 할정도로 곡마다 사용한 악기 구성의 다양함이 전체적인 작품 곡성향이 한가지 느낌으로 빠져버리는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의 단점을 극복하고 각 장면마다 음악으로 배경을 설명하여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고 드라마를 써내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넘버들도 명곡이라 칭할 수 있는 곡이 너무 많아서 뭘 이 작품의 주요노래로 꼽아야하는지 고민이 될 정도입니다. 설희가 노래를 부를땐 설희의 작품같다가도 링링의 노래를 들으면 링링의 작품같을 정도로 캐스팅간의 노래의 무게감도 장난이 아닙니다. 무대도 우리나라 작품에서 이런 무대를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말로다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구성을 보여줍니다. 어느새 트렌드가 되어버린 빔프로젝트를 이용한 무대구성도 '빔프로젝트로 무대를 구성할땐 이렇게 하는게 좋단다.'라고 다른 작품에 가르치기나 하듯 우월한 사용방법으로 작품의 장소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장치일뿐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연출의 묘미까지 만들어냅니다. 안무도 빛을 발하는데 추격씬의 안무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부럽지 않은 멋진 군무씬을 보여줍니다. 반면 연출적으론 사실 이런 대작에서 흔히 볼수 있는 spectacular한 비주얼에 치중해서 장면 장면 너무 비장비가 넘쳐나서 식상하네란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사실 이런 지적질은 독립군 의상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민망했다란 식의 또하나의 소심한 지적질에 불과할 뿐이죠. 그런 연출덕에 작품의 주인공인 배우들은 더욱 더 빛날수 있었으니까요.
매장면 소름이 끼치다 못해 오한이 오는 듯한 전율의 연기
어떤 작품을 보게되면 사실 이런저런 것보다도 결국 제일 눈에 들어오는건 배우일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 러브 유'가 초연되고 나서 얼마안됐을때 보고나선 제가 주로 피해다녔던 정성화씨는 드디어 자신의 필모그래피 최고의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외모적으로 조금 안닮았단 핸디캡정도는 배우의 완벽한 몰입으로 커버하면 되고 노래는 가창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만 무대에서의 카리스마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인데 상당히 놀라운 무대 장악력으로 작품의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이희정씨는 이런 배우를 왜 다른 작품에선 볼 수 없었는지 아쉬웠을 뿐이고 문득 '스위니토드'의 텀핀판사역하셨음 좋겠단 뜬금없는 생각을 작렬했는데요. 혹시 재공하면 꼭 하셨음 좋겠단 생각해봤습니다. 저 나이대 배우분들 중에 저런 가창력을 가지신 분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더군요. 김선영씨는 그동안 김선영씨의 기량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을 못봤었기에 이 작품으로 새삼 확인하게되고 그녀가 왜 매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인지 알게되었네요. 사실 초반에 저런 서구적인 마스크로 궁녀로 나오니까 몰입하기 좀 힘들었는데 그런 것 역시 쓸잘데기 없는 편견임을 연기로 보여주시더군요. 전미도씨도 소녀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면서 넘버를 소화할때는 '저런 가냘픈 몸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거야?' 생각뿐이 안드는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였구요. 저 네명의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때마다 계속 소름이 돋으니까 내가 여기 와서 귀신에 들린거가 아니라면 혹여 감기에 걸린게 아닐까 싶어 이마를 짚어보게 되더군요. 어떻게 넘버마다 쫙쫙 소름이 돋게한단 말인가요. 솔직히 주조연진에 대한 칭찬은 밤새 지리하게 늘어놔도 질리지 않을 것같다고 생각될 정도로 대단했구요. 어떤 작품을 보던지간에 한명쯤 눈에 거슬리는 배우가 있기마련인데 이 작품엔 단한명도 없더군요. 그정도로 모든 배우가 역의 크기에 관계없이 이 작품을 빛내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7성급 뮤지컬
사실 비싼 돈을 주고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작품하나 보는 것인데다 나름 쓸데없이 이쪽 관련 공부도 하고 잡지도 많이 보고 작품도 많이 보던 가락으로 작품하나 보면서 숱한 지적질을 하면서 봅니다. 그게 재밌냐고 물어보시면 재밌습니다. 근데 가끔 이런 작품을 맞딱뜨리게 되면 저는 그저 두 무릎을 꿇고 저 따위 인간이 작품에 대해 왈가왈부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이런 작품이야 말로 스탭들과 제작자들의 피와 땀이 스며들어있고 배우들의 눈물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의 대단한 노력에 찬미하며 우리나라 뮤지컬의 최고의 걸작을 만나게 해주시고 안중근을 만나 벅찬 감동을 가슴에 안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에이콤에 있습니다.
ps: ost가 류정한, 정성화씨 나눠서 나왔습니다. 라만차를 생각했을땐 좀 유감이었지만 장당 15000원에 2 CD입니다. 두장을 같이 구입하면 28000원인데 이거 생각치 못한 출혈이네요. 두장다 구입하실 생각이시면 출혈에 대비해서 가세요. 류정한, 이희정, 이상은, 쏘냐와 정성화, 조승룡, 김선영, 전미도로 나와있습니다. cd표지는 엄청 무성의한데 비해 북클릿은 팜플렛 안사도 되겠다 싶을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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