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마누엘 프라띠니, 삐에르파올로 로파트리엘로, 시모나 로다노,
다니엘라 포베가, 안드레아 베르찌지꼬
이태리뮤지컬?
올해 예술의 전당 리스트에 독특한 녀석이 있었다. 이태리 뮤지컬 '피노키오'였다. 이태리 뮤지컬? 이태리에서 뮤지컬을 한다고? 이태리는 서민도 오페라를 보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국악만 듣지 않듯 그들도 뮤지컬을 보긴 하겠지. 뭐 피노키오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우연히 dvd시연회를 접하게 되었고 한편의 dvd로 공연에 빠져버렸다. 나는 영상가지고 공연에 빠지는 경우가 전혀 없었기에 이 작품을 꼭 봐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극장을 향했다.
유럽의 동화적 배경과 유럽뮤지컬만의 음악의 조화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프랑스뮤지컬이나 체코뮤지컬과 비슷한 점은 음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선율이면서 묘하게 우리의 감성과 교감하는 음악들인데요. 일반적인 뮤지컬음악들에서 오페레타와 유로비트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은 이 작품이 단순히 가족뮤지컬로 홍보되어서 일반 매니아들에게 소개되지 못함이 한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몇몇곡들은 완전히 중독되어서 전 미리 극장에 가서 ost를 구입하기도 했네요. 중독성으로만 치면 프랑스뮤지컬 못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음향을 보여줍니다. 가뜩이나 MR인데 음량을 줄였는지 메인스피커를 활용하지 않습니다. 1열에서 음악이 제대로 안들릴 정도니까 뒷쪽이나 다른 층은 더하겠더군요. 모노사운드처럼 음이 뭉개지고 뻣지 못하는데.. 음향사고인건지 스피커쪽에 문제가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화려한 음향을 경험했던 저에겐 무척 유감스런 음향이었습니다.
다른 점이라하면 진정 유럽의 동화같은 세트들입니다. 우리가 유럽하면 정말 동화같은 풍경을 생각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어두운 곳이던 밝은 곳이던 한결같은 동화같은 느낌인데 어딘지 디즈니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유럽적 감수성이란게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세트와 의상의 화려함은 정말 매 장면 눈이 즐거운데요. 물속장면에서의 조명효과는 최고였던거 같습니다. 다만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어울리지 않은 작은세트와 조명팔로우가 어설프게 들어가더군요. 세트는 투어용으로 재제작되어서 작아졌다곤 하는데 도저히 대극장용 세트가 아니더군요. 1열에서 보는데도 한눈에 다 들어오는 세트란건 저보다 뒷열에서 보는 관객들에겐 아무래도 아쉽죠.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심도있는 뮤지컬
피노키오 원작이 그렇듯 이 작품도 본질적으론 성장극입니다. 거기에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란 내용이 덧붙여집니다. 디즈니처럼 성인관객층도 공략한 것이죠. 사실 몇몇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성인용 뮤지컬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어떤 장면들은 아이들을 보여주기에 당혹스런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 이 작품은 무대극에서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합니다. 특히 고래뱃속의 탈출장면은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에선 일종의 클라이맥스로 다뤄지는 부분이지만 무대극에서 표현하는데 곤란을 겪었는지 맥빠지게 넘어갑니다. 원작에 충실하려면 영상적으로도 화려한 특수효과로 장식해야하는 작품이나보니 몇몇부분 뮤지컬이니까 이렇게 넘기자라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전체적으로 줄거리가 무척 허술해보이지만 개인적으론 이런류의 전개는 생략의 미학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덕분에 작품자체는 지루할 틈없이 넘어갑니다.
피노키오의 결말은 다 아시겠지만 나무인형이 인간으로 변하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인간으로 변할때 차라리 야수가 낫다는 식의 말이 나오지 않게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 그 어떤 뮤지컬보다 가장 사랑스러운 결말이 되는데요. 최근 제 말라버린 줄만 알았던 그 감수성을 살려준 그 놀라운 결말을 여러분도 느껴보시기위해 극장을 찾아보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평점(5) : ★★★★
디즈니에 목마른 내게 단비같았던 유럽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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