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롯데에 가는 길 저 배너를 보자 가슴이 벅차서 한장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본 감상기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9월 19일 프리뷰 2층 B구역 4열 - 샤롯데씨어터
최현주 양준모 정상윤 윤이나 김봉환 서영주 진용국 정영주 정단영

뮤지컬의 신과 만나다.

절 뮤지컬홀릭의 길로 빠져들게 해준건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사실 뮤지컬홀릭이라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의 사람입니다.) 이전에 '렌트'를 보긴했었지만 뮤지컬은 여전히 제겐 너무 비싼 문화생활이었죠. 당시에 공연에 관심이 많던 분이 오페라의 유령 프리뷰는 많이 싸다는 얘기에 역시 싼가격은 아녔지만 보게되었고 뮤지컬에 빠져버리게 되었지요. '브래드리틀의 오페라의 유령'(이런 명칭에 걸맞는 수준의 공연이었죠.)과 영화버젼은 극장에서 3번이나 보고나니 막상 dvd를 사고 나선 비닐도 안뜯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4종류의 ost를 수십번씩 듣고 영화를 3번쯤 보니까 질려버린거죠.

오페라의 유령은 완벽하다.
오페라의 유령의 매력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특유의 가벼움이 없이 무거울것만 같은 분위기이지만 관객의 순간 순간의 몰입을 종용하는 강렬한 음악과 공연내내 많은 무대장치로 완벽한 엔터테이닝을 추구합니다. 무대를 두르는 거대한 세트는 뮤지컬 전용극장을 오페라 극장으로 만들어버리며 무대 한가운데를 가득채운 거대한 샹들리에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터져나오는 음악은 관객들을 이내 그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며 그 거대한 장치가 이내 관객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엄청난 장면을 보여주죠. 보통 2막짜리 공연은 그 기나긴 쉬는 시간때문에 극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관객들이 태반인데 또다시 강렬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으로 몰입을 유도하구요. 마지막의 김새게 만드는 결말없이 끝까지 신비로움을 유지하며 극을 끝냅니다. 나온지 무려 25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이 공연이 주는 벅찬 흥분을 주는 공연은 없는 듯 합니다. 반면 음악이 너무 강렬해서 회사같은데서 듣기에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갑자기 터져나오는 음악때문에 사장님께 혼나기까지 했지요.

최현주 한명으로 이미 프리뷰가 아니다.
공연을 보기 전 한 지인으로 부터 최현주 캐스팅으로 보게된다면 크리스틴이 극을 끌어가는 '오페라의 유령'을 본다는 말에 살짝 의아했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을 띄우기 위해 만든 공연이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 동안은 그걸 몰랐지만 이번 최현주의 '오페라의 유령'을 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솔직히 첫 라이센스 공연은 생각도 안나고 '머스컬레이드'에서 굉장히 감명받았던 것만 기억을 하고 브래드 리틀이 왔을땐 브래드 리틀만 보인데다 당시에 크리스틴은 너무 못했단 기억에만 남았구요. 영화버젼에선 제랄드 버틀러가 특유의 카리스마를 너무 뿜어낸데다 에미로섬의 특유의 백치미연기로 노래는 좋았지만 딱히 인상적이진 못했죠. 사실 그 영화의 단점은 유령이 너무 멋있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일정도였으니까요.

최현주의 노래실력과 소화력은 너무나도 발군이어서 다른 배역진들이 조금 헤매고 다니는 것에 비해 마치 그녀에 맞춰서 움직이면 공연이 된다라는 듯이 여유로운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사실 크리스틴을 중심을 일어나는 사건이었던 것이죠. 모든 사건과 인과관계는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난 것이고 '오페라의 유령'은 순수하게 노래를 좋아한 소녀가 자신에게 노래를 선물했다고 생각한 천사가 현실의 악마가 되어 소녀가 사랑을 배우고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이죠. 항상 오리지널 음반에 불만을 가졌던 것은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가 캐릭터에 비해 너무 요부스럽다는 것이었고 이혜경씨의 목소리는 정말 좋지만 살짝 나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에미로섬이 참 좋았죠. 문제는 가창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선 캐나다의 크리스틴이었던 레베카 케인이 무난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제가 찾게 만드는 크리스틴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가진 크리스틴의 이미지에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크리스틴이더군요. 이건 단순히 제가 꽂혔기때문일 수도 있구요.

윤이나씨의 칼롯타 역시 프리뷰임을 잊게만드는 여유로운 움직임과 가창력을 보여주시고 아직은 조금 가닥을 못잡고 계신 듯하나 본인의 연륜으로 극을 잡아주시는 정영주씨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쯤에서 팬텀얘길 빼놓을수 없는데요. 개인적으로 아직도 류정한씨가 오디션에서 떨어지신 건지 참여도 안하신건지 모르겠지만.. 류정한씨의 최근 커리어는 마치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생긴 주인공들로 커리어를 채우셨는데요. '스위니토드'에서 더블로 나왔던 양준모에게 영광이 돌아갔네요. 그 역시 팬텀에 부족함이 없는 커리어를 지니셨고 우리말 ost에서 항상 부족함을 느꼈던 팬텀의 광기를 어느정도 표현해주시고 있습니다. 아직은 캐릭터에대한 몰입이 부족하시지만 지금의 상황이면 곧 제대로 광기어리고 슬픈 팬텀을 만나지 않을까 싶네요. 전 오히려 정상윤씨는 아직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혼란함을 느끼고 있지 않나 싶어요. 기본 실력이 탄탄해서 그런게 크게 드러나지 않은것 뿐이죠. 뭐 이런 부분도 차차 나아지겠죠. 다만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개그로 채우시는 피앙지는 좀 아쉽더군요.

전체적으로 여성캐스트는 참 좋았고 남성캐스트는 좀 부족한 부분을 보여주네요.

오랜만에 샤롯데에 만족하다.
샤롯데는 스피커가 참 안좋습니다. 심지어 샤롯데의 음향에 대한 악평을 한 포스팅을 준비했다가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접었는데요. 뮤지컬 전용관이라면서 대극장의 수준의 대관료를 받는데다 스피커가 엉망이어서 A열, C열에서 공연을 보면 귀가 한쪽 멀어버립니다. 원래 살짝 치우쳐질수 밖에 없지만 샤롯데는 좀 심한 편입니다. 게다가 2층은 음향의 소외지역이었는데요. 이 작은 극장에서 어찌나 먼데서 공연하듯한 음향이었는지... 그러나 이번 '오페라의 유령'에선 샤롯데의 작은 규모는 완벽한 오페라 극장으로 변신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오케스트라와 보컬이 잘어우러져서 제가 보는 자리에선 대사가 안들린다던지 가사전달이 안된다는 느낌도 하나도 없었고 누가 오페라의 유령을 단 한번 본다면 부담없는 자리중에 한자리로 제가 앉았던 곳을 추천하고 싶어지더군요. 1층마저도 있었을 시야장애도 없으며 음향도 문제가 없고 오페라의 유령의 화려한 조명을 즐기기엔 가장 뛰어난 자리가 아니었나 싶네요.

사실 막상 공연을 보고 나니 ost가 안땡기더군요. 최현주씨의 보컬이 딱 맘에 들어버리니 가지고 있는 ost가 다  맘에 안들더라구요. 어차피 한때 너무 들어서 손을 안대는 ost이기도 하구요. 윤영석씨와 김소현씨는 어떻게 하실지 최근의 공연에서 감이 와서 딱히 안땡기는 가운데 가급적이면 최현주로 몇번 더 보고 싶다란 생각이네요. 이런 분이 이 공연만 하고 일본으로 돌아가신다는게 너무 아쉬울 뿐이네요. 다른 작품도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저는 뮤지컬 추천을 부탁받으면 가급적 '오페라의 유령'을 꼭 추천합니다. 볼 수 있다면 이란 전제가 붙었지만요. 이제는 붙었죠. 사실 영화버젼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더 많은터라 영화때문에 공연자체가 폄하되는게 아쉬운 가운데 다시 한번 이 공연이 상당한 퀄리티로 올려진다는 것에 만족스럽습니다.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작품을 가장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
★★★★ (프리뷰감안)



티스토리에서 할얘긴 아니지만 싸이월드 메인으로 첨 올라봤네요~ 이젠 티스토리 메인한번 올라봤으면..ㅎㅎㅎ 하긴 저의 허접한 글이 뭐....ㅎㅎ
by 단열했니 2009. 9. 21. 23:56

9월 15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Brad Little - 지킬 앤 하이드 Lucy Maunder - 엠마 Belinda Wollaston - 루시

빵아저씨를 보러가다.
거울을 책상 앞에 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단열:지킬 앤 하이드 보고왔어~
했니:..
단열:왜?
했니:안본다고 그렇게 광고를 하고다니더니..
단열:요새 렌트 내한공연에 대한 광고를 하고 다니자나 근데 어떤 사람은 '렌트'보다 '지킬 앤 하이드'가 더 좋았다는거야. 그래서 '어? 내한공연도 장점이 꽤 있단건가?' 란 생각이 들더라고.. 마침 신한올댓에서 친절히 문자도 보내주더라고 A석 50%할인 그리고 또 고민을 했지, 참 이 분들이 또 내 맘을 어떻게 알고 이렇게 문자까지 보내주고...
했니:주저리 주저리 뭐래는거야.-_-
단열(무시하고):지킬은 내가 누누히 말해왔지만 솔직히 세종에서 올릴 공연은 아니자나 대극장공연의 짜릿한 맛이 없달까.. 연강홀정도에서 하면서 관객과 호흡하는게 나을거 같은...
했니:누구한테 얘기했다는거야.
단열(또 무시하고):노래가 무척 좋긴하지만 노래만 좋지 10만원 넘는 공연으로서 어떤 맛도 없고 내용도 별로고 결말도 별로야...
했니:됐고~ 그래서 이번 내한공연이 어떻단건데?
단열:지루했어.
했니:죽을래?
단열:알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잖아. 이렇게 될껄 예상했어야했어. 왜 날 안말린건데?
했니:ISP완 달리 안심클릭이 결제 한번 할려면 얼마나 절차가 많은데.. 무슨 그런 숭한 책임 떠넘기기라니..

빵아저씨와 친구들
단열:역시 브래드 리틀은 틀려, 내 자리가 3층임을 잊게 해주는 엄청난 성량이었어.
했니:난 의외로 루시역가 괜찮던데 'A New Life'는 꽤 소름돋았어 공연 중 처음으로 환호를 지른 듯~
단열:전체적으로 몸들이 풀렸나, 목들이 풀렸나 . 성량들이 좋드만 원래 세상 모든 뮤지컬 배우들이 이렇게 잘들하나 싶을정도였어. 게다가 MR임에도 음향이 좋드라 모든 MR이 음향이 이정도라면 불만이 없을거 같아.
했니:MR 맞나? 음악감독이 나왔을때 보니 지휘봉들었던데..
단열:뭔가 짚히는게 있긴한데 확실친 않고 어쨌든 일단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오진 않았으니까.
했니:어처구니 없지 1, 2열도 VIP로 잡아놨다가 OP를 뒤늦게 R석가격으로 열었으니..
단열:가격얘긴 해서 뭐해~ 연기가 별로란 얘기가 많았는데 3층에서 보니까 연기는 하나도 안보여서 그런지 '어? 볼만한데~' 싶었다.
했니:'Confrontation'은 포기했다고 치고 'This is the moment' 어쩔꺼야.
단열:그래도 'No One Must Ever Know'는 되게 잘하던데..
했니:그 곡만 유일하게 맘에 든거잖아.

조지킬 추억
단열:내가 지킬을 유일하게 지킬을 본게 2003년도인가 조승우가 주연상타고 앵콜공연했을때잖아. 그때의 'This is the moment'는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완전 포스쩔었거든.. 사실 그동안 '지킬' 공연들을 외면한게 그때 너무 좋게 봐서 또 볼 이유가 없었으니까.
했니:이런 승우빠같으니라구.
단열:잘하지 않냐? 난 무대에서 포스있는 배우들이 좋더라 우리나라에 그런 배우가 별로 없다는게 아쉬워. 군대가시기전에 무대 한번 섰으면 했는데...
했니:류정한씨도 있잖아. 왜 류정한씨버젼으론 안봤는데?
단열:'지킬'이 취향도 아닌데 그 가격보고 또보고 싶지가 않아서 게다가 지난 겨울에 한 공연은 공연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너무 많았어.
했니:오디가 그런 관리는 잘하는데 지난 공연땐 뭔일이 있었던건지.. 이번 내한공연은 신선도가 떨어져서 실패할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관객은 굉장히 잘차는거 같아. 하지만 그 덕분에 악평이 심하기도 했지 불과 반년도 안되서 이루어진 내한공연이니 사람들 기억에 바로 전 공연이 생생할때 완전 새로운 버젼을 선보였으니...
단열:그래서 나같이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적당히 만족하면서 보는거지.
했니:지루했다매~
단열:겨울에 한 공연봤어도 지루는 했을거야 비교대상이 없으니까 흠잡아가면서 안보는거지.
했니:조승우가 더 낫다며..
단열:이 작품의 지킬앤하이드는 그렇단거지 브래드 리틀은 '오페라의 유령'때는 카리스마까지 있게 봤었는데, 성량도 좋았고 말이지 성량은 오늘도 좋았지만 호흡은 꽤 딸리시던데..
했니:우리가 자리가 안좋아서 카리스마를 못느꼈을수도 있어..
단열:예전에 조승우 지킬볼때 자리 완전 저질이었어. 고때 사는게 힘들어서...
했니:사는건 지금도 힘들자나. 오디토리움이어서 그래도 1층이긴 했자나.. Damn Auditorium!

지킬앤하이드의 여성들
했니:엠마 얘긴 하나도 안했네..
단열:원래 루시가 여주인공이었나? 커튼콜에서도 지킬 바로 전에 박수받으러 나오고...
했니:그러게 내 기억엔 엠마였는데...
단열:사랑이란 측면에서 보면 지킬이 진정 사랑한 여자는 루시였단 설정같아 둘간의 애잔한 느낌도 있고, 전엔 지킬이 사랑하는 여자, 엠마와 하이드가 사랑하는 여자, 루시 이런 이분법같았는데... 루시도 섹시한 느낌은 거의 없고 첫사랑하는 소녀느낌인데 절대악의 하이드의 질투로 비극적 죽임을 당하고 비극적 사랑의 히로인이 된거 같아. 덕분에 엠마란 캐릭터가 확죽은거 같아. 이건 엠마를 엄마로 바꿔도 결혼식장면빼면 문제도 없을거 같아.
했니:갑자기 지킬이 칼을 자기 가슴에 갖다대는 심정이 이해가 되는데...
단열:...
했니:브래드 리틀의 연기는 확실히 실망스러웠고 새삼 이 작품이 녹록한 작품이 아니구나 싶더라. 커튼콜에서 막이 닫히며 그 하이드 연기하는건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들더라.
단열:어차피 배우란 손발이 오그라드는 짓을 눈도 깜짝 안하고 하는게 배우야.
했니:뭐야 그건?
단열:원래 남이 사랑하는거 옆에서 보면 징그러워 죽어버릴거 같잖아. 그걸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봐.
했니:이야기가 새고있다..

추천
단열:나처럼 굉장히 오랜만에 보거나 첨보는 사람에겐 괜찮은 공연같아. 지킬과 루시가 상당히 괜찮던데 다른 조연들도 야 그래도 잘하는 애들 모아놨네란 느낌이었으니까.
했니:앙상블 어쩔꺼야?
단열:까다롭기 그지없는 우리에게 거슬려 죽겠다는 아니었잖아. 슬슬 맞추고 있는게 보이고 있고 중간에 삑사리내는건 어떻게 할수 없는 문제지. 건강이 안좋았던 브래드가 그래도 건강을 회복해서 자기 성량에서 부르고 있다는게 제일 중요한거 같긴해. 2열에서 본거지만 세종3층에서 샤롯데2층보다 훨씬 좋은 음향에서 노래를 즐기긴 했으니까. 원어공연의 참맛을 2주연속 맛보다니~
했니:그건 참 미스테리더라. 새삼 세종문화회관에 감탄. 오페라는 앞으로 3층에서 보도록하자. 그런데 말이지...
단열:응?
했니:지루했잖아.
단열:지루했어.

지루해서 ★★★☆

추가:오케스트라 라이브였다고 합니다. 무대뒤에서 연주했다는군요.

by 단열했니 2009. 9. 16. 02:54

9월 9일 - KBS홀
ADAM PASCAL - 로저 ANTHONY RAPP - 마크 MICHAEL McELROY - 톰 콜린스 
JACQUES C. SMITH - 베니 HANEEFAH WOOD - 조앤 JUSTIN JOHNSTON- 엔젤 
LEXI LAWSON - 미미 NICOLETTE HART - 모린 
GWEN STEWART - Mr. Jefferson, woman with bags and others

One Song Glory
렌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리자면 뮤지컬에 관심도 없었던 한 청년에게 TV광고를 보시던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가족끼리 저거 보러가자 니가 잘 아니까 니가 예매해라.' 공중파 방송에서 렌트 광고를 했었고 저는 어머니의 카드로 인당 4만원짜리 공연을 덜컥 예매해버립니다. 가격을 듣고 살짝 후회하셨지만(공연을 보신 뒤엔 조금더 후회하셨죠. 뮤지컬을 좋아하시긴 하시는데 그래도 어머님이 보실 작품은 아니니.-_-;;) 가족끼리 보러갑니다. 그리고 저는 살짝 충격을 받습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내뿜는 에너지를 직접받게 되거군요. 일부 예술영화들에서나 느꼈던 감정인데 재미를 가진 상업적인 공연에서 그런 에너지를 받게된것이죠. 그리고 저는 무대예술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후기와 맞지 않는 의미없는 잡담을 시작한 이유는 제가 이 작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대한 이야길 하고 싶더라구요.

Rent
어릴때부터 천재에 대한 동경과 시기를 동시에 지니던 저에게 라슨은 온전히 동경만을 가지게된 예술가 중에 하나입니다. 젊은 나이에 죽은 천재들 중에 가장 불행한 인물에 속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라보엠'을 놀랍도록 각색한 한 예술가가 만든 이 작품의 미덕은 무대예술에선 보기 힘든 '뉴욕이란 장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고 그 뉴욕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심미적 접근은 관객을 뉴욕의 한거리의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물론 그것은 배우의 몫이죠.

바로 그런면에서 이번 '렌트 내한공연'의 미덕은 브로드웨이팀의 마지막 투어공연이란 타이틀 아래 이루어지는 진짜배기 브로드웨이 내한팀이란 점입니다. 특히 현재 출시된 '렌트'의 영상물은 두가지인데 크리스 콜럼버스가 만든 영화버젼의 '렌트'(2005)와 브로드웨이 마지막 공연을 필름에 담은 'Rent:Filmed live on Broadway'(2008) 두편입니다.(앞으로 '렌트'와 'Rent'로 구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내한공연엔 초연멤버인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랍 그리고 잘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제가 'Rent'에서 무척 인상깊게봤던 그웬 스튜어트란 배우가 왔는데 단순히 그 영상물에만 출연했던 공연멤버였던게 아니라 초연멤버이며 ost에도 참여했던 배우였더군요. '렌트'엔 리스트가 없고 'Rent'에만 나왔네요. 이 분의 가창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Rent'에 출연했던 마이클 맥엘로이와 저스틴 존스톤도 이번 내한공연에 참여해서 항상 말로만 브로드웨이 내한공연이었던 내한공연중에 실제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공연이란 점이죠. 무대도 'Rent'안에 나오는 공연과 거의 흡사해서 이번 공연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떄 'Rent'란 작품으로 달랠 수 있을정도네요. 물론 'Rent'엔 아담과 안소니가 안나오지만.. 그건 '렌트'가 있으니까요.

물론 브로드웨이에서 실제로 보신 분들은 이 작품을 보고 부족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이번 내한공연의 경우 감히 제가 뭐라고 쓰는 것 조차 황송할 지경이며 이번 작품의 배우들에 대한 평은 한마디로 표현됩니다. '우월하다'

Season of Love
마크는 나오는 순간 입이 벌어지게 광채가 나는 배우이고 이 배우를 보면서 이 배우가 내눈 앞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게 하고 중간에 정말 헐떡이는 숨소리 한번 안내서 설마 립싱크는 아닐까 어떻게 앨범이랑 똑같이 노랠 부르지란 생각이 들더군요. 모린은 제가 본 어떤 모린보다도 다양한 표정과 눈을 뗼 수 없는 안무로 'Over the moon'을 표현하는데 입이 쫘악 벌어지게 만들더군요. 매력이 넘치는 배우였어요. 엔젤의 춤은 앞굽도 통굽이던데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춤을 추는지 마치 등에 날개라도 달아놓은 듯 너무나도 가볍게 날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회전을 하시더라구요. 아담 파스칼은 이런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이 중에서 내가 최고야라는 듯이 이들이 정말 뛰어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점에 선듯한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입니다.

I Should Tell You
저는 꽤 비관적인 사람입니다. 사랑이란 것에 꽤나 불신감을 가지게된지 오래됐고 연애란 한 남녀가 만나서 지극히 계산적인 Give and Take 게임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죠. 그러다 렌트를 보게되면 엔젤과 콜린의 사랑을 보면서 무한한 부러움과 사랑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게 됩니다. 어쩌면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지 몰라 하지만 난 그저 baggage일뿐인데, 난 왜 이렇게 살았을까. 이제라도 blaze of glory를 지향하자꾸나! (물론 남남커플을 지향한단 뜻이 아닙니다.)

작품에 젖어서 보다 보니 작품외적인 얘기보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난데 없이 끄적여보게 되었네요. 전 제가 이렇게 쓰는 글을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긴글동안에 쓸데없는 것까지 읽게되어서 죄송합니다. 사랑이 그리운 가을이되었으니까. 가볍게 넘어가주세요.


우월한 ★★★★★

by 단열했니 2009. 9. 10. 01:23

아이돌에 빠진 뮤지컬
이번 pmc에서 사고를 제대로 쳐줬죠. 최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수입해다가 3개월짜리 공연에 아이돌가수, 미스코리아, 대작경험없는 탤런트출신 배우인거니까요. 게다가 상대역조차 탤런트구요. 조연급 배역과 앙상블이야 뮤지컬 배우들로 채워지겠지만 뮤지컬은 모르겠지만 영화는 완전히 엘우드의 원맨쇼같은 작품이니까요. 상대역배우도 현재 원캐로 발표된 이유가 이해될정도죠. 문제는 원톱이 강한 작품이란건 주연이 작품을 끌어가야한다는건데 연기가 처음인 제시카와 주연을 해본적이 없는 이하늬에게 급작스럽게 주연을 맡긴다는거죠. 김지우는 그래도 최근 커리어가 다 뮤지컬이긴하니까요.

하지만 이미 뮤지컬계는 아이돌에 푹빠진듯합니다. '제너두'는 올리비아 뉴튼존과 E.L.O를 중심으로 복고마케팅을 했어야했던 작품인데 슈퍼주니어 멤버를 영입하고 고가의 티켓값으로 빈축만 사고 정작 작품은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작품의 퀄리티도 떨어지긴했지만 어쨌든 미국에서 리뉴얼되어 어느정도 검증된 작품을 들여와서 아이돌 가수의 데뷔용작품으로 만든건 꽤나 잘못한 거죠. 더블캐스팅배우가 좀 안정적이었음 좋았겠지만 30대중반을 훌쩍 넘은 이건명이란 배우에겐 좀 버거운 배역이었고 아쉬운 반응만을 남겼습니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 이번엔 '남한산성'이란 사극뮤지컬에 40대 나이의 뮤지컬배우와 또다시 더블캐스팅을 시도합니다. 뮤지컬계의 베테랑배우와 더블캐스팅을 해야하는 그 젊은 아이돌가수의 대해 아는게 없어 조심스럽지만 아마 캐스팅되고나서 그날 잠못 이뤘다면 그것만으로 인정해줄거 같습니다. 본인의 한계를 본인이 정말 인정했을테니까요.

그리고 철저하게 아이돌가수로 승부한 기획뮤지컬이 나옵니다. 쥬크박스뮤지컬 형태를 지니고 출연하는 아이돌가수의 대외적인 캐릭터를 작품에 녹여내서  애초에 새로운 시장의 확장을 노렸던 '샤우팅'은 아쉽게도 주연가수의 불의의 사고로 특별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뮤지컬 작품에 선심쓰는 듯한 캐스팅이나 무리한 캐스팅으로 인해 작품자체의 퀄리티를 낮추었던 이전과 비교했을때 차라리 이 작품의 선택은 무척이나 똑똑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뮤지컬을 좋아하는 기존 관객층도 애초에 관람여부에 대한 고민도 덜어주고요. 주연배우인 아이돌가수가 작품과 겉돌거나 하지 않고 비교적 잘 녹아납니다. 문제는 이 작품에선 오히려 뮤지컬배우들이 겉돈다는거죠. 차라리 소속연습생들을 연습시켜 출연시키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었습니다.

뮤지컬배우와 연예인의 경계
잠깐 정리하고 갈건 연예인캐스팅얘길 많이하지만, 사실 뮤지컬배우도 연예인이죠. 순수예술과는 성향도 많이 틀리고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방송진출이 가능하니까요. 악극만 하던 분이던 아동뮤지컬만 하던 수년간 연극만 고집해도 넓은 범주에선 그 분들다 연예인입니다.그런 부분에서 저도 뮤지컬배우와 연예인을 나눌때 살짝 혼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직까진 옥주현, 최성희는 연예인에 무게를 많이 두는데요. 정성화, 쏘냐는 뮤지컬 배우일까요? 연예인일까요? 정성화씨는 바로 얼마전에 드라마도 하셨는데 말이죠. 김지우같은 경우 방송이나 영화를 안한지 꽤나 오래됐으니 이제는 뮤지컬배우라고 불러야할까요? 엄기준씨가 방송만 계속하다 1년에 한편정도만 한다면 그는 이제 연예인인걸까요? 이게 꽤나 애매한 부분인건 사실입니다. 물론 저도 뮤지컬 한두편 출연해놓고 방송에 나와서 나는 뮤지컬 배우입네 떠들고 다니는거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사실 저는 연예인캐스팅을 좋아합니다. 삼천포로 살짝 빠져서 영상산업쪽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리에 올라간다는 것은 운과 여러가지 많은 것이 작용하지만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란 점이 크게 작용하는데 냉정하게 얘기해서 무대예술 연예인에 비해 영상산업쪽 연예인들의 외모적 매력이란건 어마어마한 메리트고 무대에 섰을때 본인이 자신감만 넘친다면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진 것은 확실합니다. 사실 연예산업에서 외적매력이 주는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하죠. 요새는 과학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본인이 어느정도 타고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도 있으니까요. 애매한 얘기지만 무조건 잘생기고 이뻐야만하는게 아닌 정말 매력이란 단어로밖엔 설명안되는 그런 것이 있죠. 그런 면에 있어서 영상예술만 하던 연예인이 무대에 진출했을때 가장 잘살아나는 것이 바로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기본적인 실력과 노력만 있으면 테크닉면에서 부족해도 연극은 상당히 커버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연극은 연예인캐스팅만 골라봅니다. 연극열전도 그래서 꽤나 보러다녔구요. 하지만 그런 이들은 뮤지컬에 오면 무너지게됩니다.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뮤지컬이야 말로 종합예술의 정점이라고 여기기때문입니다. 춤, 노래, 연기의 삼박자가 맞아야합니다. 물론 그 삼각형의 비율이 꼭 정삼각형일 필요는 없으니 어떤 모양일지언정 어느정도의 삼각형이면 됩니다. 본인의 능력에 맞는 배역을 맡아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그냥 가수만 하던 그냥 탤런트만 하고 있었던 경우엔 대부분 이 삼각형에 큰 문제를 지닌채 출연합니다. 당연히 작품의 질은 하락하고 자주 뮤지컬을 접하는 매니아들은 그들에 심한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는거죠.

미안해 관객님아 나도 어쩔수 없는 자본주의의 예술인가봐
올들어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졌는데 뮤지컬 편수는 늘어났습니다. 재공연도 엄청나게 올라갔구요. 그 여파는 숱한 대작들이 할인쿠폰이 쏟아지고 유래없는 흥행쪽빡들이 계속되어졌습니다. 우리나라 뮤지컬계도 발전을 거듭하여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그들을만 타겟으로한 작품들이 나오고 충분한 흥행성적을 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불황의 여파인지 마니아 타깃의 작품들이 특히 흥행성적이 부진합니다. 오히려 마니아들로부터 혹평을 당한 '브로드웨이 42번가'나 '샤우팅'은 괜찮은 예매율을 보였지요. 연예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 작품들의 초대권비율을 몰라서 그렇지 사실 생각보다 객석은 채우고 있습니다.

현재 뮤지컬 흥행수입은 제가 알기론 티켓판매의 최종수익금을 배분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수료율은 모르지만 티켓을 판매하고 티켓판매처에서 수수료를 떼가고 받은 돈으로 대관료내고 수입뮤지컬은 로열티도 지불해야하지요. 그리고 남은 돈으로 배우개런티주고 제작비정산하고 기획사 직원들 월급도 줘야하는거지요. 게다가 소위 뮤지컬 전용관이라고 생긴 곳이 몇곳있는데 뮤지컬전용관의 초반의 취지완 달리 어마어마한 대관료를 내고 공연하고 있다고합니다. 공연수익은 예전같지 않고 흥행이 되던 작품을 계속 올리면 올릴 수 록 관객수는 떨어져만 갑니다. 기획사 사장님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요? 연예인들은 그들의 팬들이 가급적 보러간다는 전제가 깔려있구요.(사실 '샤우팅'만봐선 빅뱅팬들의 반응이 썩 폭발적이었다고 볼 수 도 없더군요.) 시청율 10%정도 나오는 공중파 프로의 홍보효과는 몇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죠. 매니아는 김승우에 절망했지만 오디는 김승우란 배우하나 캐스팅하고 몇억원의 홍보비 절감과 수치를 잴 수 없는 티켓판매수익을 올린겁니다. 똑똑하게도 뮤지컬최고의 스타 오만석씨와 더블캐스팅을 하기도했구요.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고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진 않을겁니다. 사실 아이돌의 출연은 10대의 관객층의 유입에 유명연예인의 출연은 큰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의 뮤지컬 관람의 하나의 계기이기때문에 그들도 산업발전에 중요합니다. 연예인은 무대예술경험으로 인한 자기 발전과 분야개척이거든요. 어차피 서로 윈윈하는 것이니 만큼 연예인도 준비를 많이해야할 것이고 기획사도 좀더 준비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많은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전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이 관객과 산업의 확대와 발전 차원에 좋다는 생각입니다.

by 단열했니 2009. 8. 30. 02:01
8월 11일 - 충무아트홀 대극장
강태을 안유진 신의정 한지상 조휘 송용태 이지숙

희대의 바람둥이
바람둥이 캐릭터는 예술작품에서 제법 다루어져왔습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어찌보면 판타지적 대상이고 또한 증오의 대상이죠.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치명적 유혹이란 표현도 있고 요샌 옴므파탈이란 말까지 생겼더군요. 의외로 영상화는 되지 않았던 인물인데요.(조니뎁의 '돈주앙'은 이 '돈주앙' 영화는 아닙니다.) 줄거리는 발몽의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발몽은 가장 영상화가 많이된 바람둥이 캐릭터인데 '위험한 유혹', '발몽',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한국영화 '스캔들' 등이 있죠. 못된 바람둥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하게되고 사랑으로 파국을 맞는다란 이런 류의 작품에선 뻔한 내용인데 사실 나쁜남자의 최고봉인 셈인데 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거의 몰입을 못한다고 봐야죠. 그러나 돈주앙은 발몽보다 매력적이지도 못하고 인과관계도 무척허술하다는게 아쉽죠.

열정부족
배우들 연기도 좋고 노래도 하나같이 다 잘부르고 군무에도 딱히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가사전달이 좀 안되긴했지만 제 자리가 워낙 안좋기도 했구요. 4one 앨범을 통해 '쾌락'과 '악의 꽃'은 이미 접해서 노래도 좋구나 라고 생각했는데요. 공연을 보는 영 감흥이 안오더라 이 말입니다. 수증기에다가 수면제라도 증류시켜서 뿌리는지 솔솔 잠이 잘오더군요. 스페인 댄싱팀이라는데 그냥 우리나라 댄서들 훈련시키는게 더 낫지 않았겠는가 싶구요.

그래서 배우분들껜 미안하지만 열정부족이란 결론을 내려봅니다. 잘하긴 잘하는데 배역에 확 몰입해서 한다기보단 약간 기계적인 연기와 노래였다고 할까요. 뮤지컬 공연의 강점은 배우와 관객간의 감정적 교감인데 그런 교감이 없었단 말이죠. 작품자체가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죠. 다시한번 미안한 얘기지만 오늘 관객들을 다 홀려버리겠다라는 각오가 배우들에게 느껴지지 않았단 얘깁니다. 반대로 작품이 좀 별로여도 어떤 한 배우의 그런 강한 각오면 무척 좋은 감상이 될때도 있죠. 마치 그 배우가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나의 감정을 느껴보라고 하는 듯한 감동이요. 그런 감동을 느끼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서 이 공연이 그러지 않았다고 혹평하는건 잘못된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의 관객과의 교감도 없다는 걸 얘기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론 원곡의 맛을 라이센스된 프랑스 뮤지컬 중에 가장 못살린 듯합니다. 하여간 캐릭터가 문제인지 배우들이 문제인지 뮤지컬보고 제일 오래동안 고민한 작품이기도 하네요. 배우분들의 작품에 임하는 자세의 문제가 있는게 아닌 백스테이지의 분위기가 별로 안좋은걸 수 도 있죠. 연출도 되게 후진데 거론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넘어가고 싶네요.

프랑스뮤지컬의 한계
'노트르담 드 파리스'의 대성공이후 프랑스뮤지컬들이 말대로 쏟아져 들어왔는데요. 이 작품은 기존의 다른 작품에 비해 대작의 풍모도 작품적 가치도 느낄 수 없는데다 첫내한공연때 기획사 대표의 말실수, 성남공연이후 불미스런 사건이 있었구요. 서울공연의 대실패 등 성남과 서울공연이 한텀인걸 감안하면 2시즌의 공연기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공연인데요. 여러모로 안좋은 족적만 남기고 끝나는거 같아서 아쉬운점이 있네요. 노래라는 부분에선 장점은 있었거든요.

평점(5) : ★★
매력없는 어떤 바람둥이 침체의 늪으로...
by 단열했니 2009. 8. 21. 13:51
8월 20일 -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마누엘 프라띠니, 삐에르파올로 로파트리엘로, 시모나 로다노,
다니엘라 포베가, 안드레아 베르찌지꼬


이태리뮤지컬?
올해 예술의 전당 리스트에 독특한 녀석이 있었다. 이태리 뮤지컬 '피노키오'였다. 이태리 뮤지컬? 이태리에서 뮤지컬을 한다고? 이태리는 서민도 오페라를 보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국악만 듣지 않듯 그들도 뮤지컬을 보긴 하겠지. 뭐 피노키오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우연히 dvd시연회를 접하게 되었고 한편의 dvd로 공연에 빠져버렸다. 나는 영상가지고 공연에 빠지는 경우가 전혀 없었기에 이 작품을 꼭 봐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극장을 향했다.

유럽의 동화적 배경과 유럽뮤지컬만의 음악의 조화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프랑스뮤지컬이나 체코뮤지컬과 비슷한 점은 음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선율이면서 묘하게 우리의 감성과 교감하는 음악들인데요. 일반적인 뮤지컬음악들에서 오페레타와 유로비트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은 이 작품이 단순히 가족뮤지컬로 홍보되어서 일반 매니아들에게 소개되지 못함이 한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몇몇곡들은 완전히 중독되어서 전 미리 극장에 가서 ost를 구입하기도 했네요. 중독성으로만 치면 프랑스뮤지컬 못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음향을 보여줍니다. 가뜩이나 MR인데 음량을 줄였는지 메인스피커를 활용하지 않습니다. 1열에서 음악이 제대로 안들릴 정도니까 뒷쪽이나 다른 층은 더하겠더군요. 모노사운드처럼 음이 뭉개지고 뻣지 못하는데.. 음향사고인건지 스피커쪽에 문제가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화려한 음향을 경험했던 저에겐 무척 유감스런 음향이었습니다.

다른 점이라하면 진정 유럽의 동화같은 세트들입니다. 우리가 유럽하면 정말 동화같은 풍경을 생각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어두운 곳이던 밝은 곳이던 한결같은 동화같은 느낌인데 어딘지 디즈니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유럽적 감수성이란게 이런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세트와 의상의 화려함은 정말 매 장면 눈이 즐거운데요. 물속장면에서의 조명효과는 최고였던거 같습니다. 다만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어울리지 않은 작은세트와 조명팔로우가 어설프게 들어가더군요. 세트는 투어용으로 재제작되어서 작아졌다곤 하는데 도저히 대극장용 세트가 아니더군요. 1열에서 보는데도 한눈에 다 들어오는 세트란건 저보다 뒷열에서 보는 관객들에겐 아무래도 아쉽죠.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하는 심도있는 뮤지컬
피노키오 원작이 그렇듯 이 작품도 본질적으론 성장극입니다. 거기에 한 사람의 사람으로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란 내용이 덧붙여집니다. 디즈니처럼 성인관객층도 공략한 것이죠. 사실 몇몇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성인용 뮤지컬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어떤 장면들은 아이들을 보여주기에 당혹스런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 이 작품은 무대극에서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합니다. 특히 고래뱃속의 탈출장면은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에선 일종의 클라이맥스로 다뤄지는 부분이지만 무대극에서 표현하는데 곤란을 겪었는지 맥빠지게 넘어갑니다. 원작에 충실하려면 영상적으로도 화려한 특수효과로 장식해야하는 작품이나보니 몇몇부분 뮤지컬이니까 이렇게 넘기자라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전체적으로 줄거리가 무척 허술해보이지만 개인적으론 이런류의 전개는 생략의 미학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덕분에 작품자체는 지루할 틈없이 넘어갑니다.

피노키오의 결말은 다 아시겠지만 나무인형이 인간으로 변하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인간으로 변할때 차라리 야수가 낫다는 식의 말이 나오지 않게 그런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 그 어떤 뮤지컬보다 가장 사랑스러운 결말이 되는데요. 최근 제 말라버린 줄만 알았던 그 감수성을 살려준 그 놀라운 결말을 여러분도 느껴보시기위해 극장을 찾아보실 것을 권하고 싶네요.

평점(5) : ★★★★
디즈니에 목마른 내게 단비같았던 유럽 뮤지컬

 
by 단열했니 2009. 8. 21. 01:00

- 사회자도 자랑했지만 쇼케이스지만 곡수가 많고 전 캐스팅이 나와서 공연하드라 (뭐 언론취재가 왔으니 당연했겠지만...)

 - 사회자가 잘하드라 근데 오디 마케팅 실장이라니..ㄷㄷㄷ 내가 보기엔 전문 행사MC같던데.. 그쪽으로 진출해도 굶진 않겠더라. 행사MC들 보면 허접한 사람들 정말 많기에...

 - 무대조명도 괜찮게 세팅하고 음향이나 프로젝터도 세팅도 좋았다. 행사를 꼼꼼히 준비했다는 느낌.

 - 원형으로 하는건 좋은데.. 바닥에서 해서 원둘레에 자리 잘 잡은 사람만 볼 수 있다. 이건 불만으로 제기하면 안되지만 늦지 않았는데 엄청 일찍 시작하더라 보통 이런 행사는 5분정도는 애교로 늦게 시작하거늘.. 하여간 무대가 없어서 입장은 엄청나게 시켜놓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인원은 한정적 바닥에서 했기때문에 오토바이가 직접나오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었지만 역시 제대로 된 무대가 아쉬웠다. 가뜩이나 스탠딩인데 바닥에서 1시간 30분을 하다니... 멍하니 프로젝터 화면만 쳐다보는데.. 굳이 여기까지 왔어야 했나란 생각뿐... 그래도 손호영 잘생겼드라..

 - 맥주는 제법준비한거 같은데 커피는 일찌감치 떨어져서 싸구려 델몬트 주스로 대치. 핑거푸드라길래 최소한의 음식을 기대했지만 나초와 프레젤스낵. 인원이 엄청 많아서 밥거리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역시 아쉽...

 - 약간 클럽느낌을 바랬다면 차라리 클럽을 빌리는게 낫지 않았을까. 그럼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더 잘 놀았을 수도.. 하여간 클럽분위기 비슷하게 나지도 않은 곳에서 클럽처럼 놀라는건 좀...

 - 올슉업 ost도 별 감흥없이 들었는데 역시나 꽂히는 노래가 하나도 없더라 그 많은 곡을 불렀는데... 'Can't help falling in love' 야 워낙 좋아하고 유명한 노랜데.. 다른 노래들은 왜 이렇게 생소한지.. 왠간한 할인 아니면 나는 안볼거 같긴하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다른 사람들 후기보니까 나만 그렇게 본듯...

 - 클럽도 콘서트도 평범한 쇼케이스도 아니었지만 나중에 화면으로 보면 그럴 듯한 느낌이 들듯한 쇼케이스였다

by 단열했니 2009. 8. 20. 23:41
안타까운 '샤우팅'
이번 '샤우팅'은 결과적으론 실패한 공연이 되었습니다. 취소분이 많지만 않다면 한전에서 그정도 성공을 이루어낸것만 해도 설컴쪽에선 금전적으론 이득일지 모르지만 YG측 입장에선 매진된 회차도 없었던데다 매진될 상황도 안생긴데다 대성의 부상으로 인해 빅뱅멤버를 원캐스팅으로 출연시킨 보람도 없게되었죠. 어떤 이슈도 만들지 못했고 작품자체내의 완성도에도 치명적이 되었습니다.

'샤우팅'의 오픈은 매니아들사이에선 시큰둥한 일이었습니다. 빅뱅멤버 투톱으로 홍지민, 주원성씨등 뮤지컬계의 베테랑을 포진했지만 극장과 티켓값이나 시놉시스까지 빅뱅팬들의 돈을 노린 작품이란게 극명하게 드러났기때문이죠. 이와 비슷한 경우로 '제너두'가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을 주연으로 캐스팅했었고, 뮤지컬무대경험이 없는 연예인이 전격적으로 주연에 발탁되는 사례는 굳이 인터넷으로 어렵게 찾을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배역이름이 연예인 실명으로 출연하기때문에 사실상 그들에 맞춰서 만들어진 작품임에 틀림없는거죠. 딱히 장르를 구분할 필요까진 없지만 전 아이돌 뮤지컬이라고 부르고 싶더군요.

연예인과 뮤지컬
연예인과 뮤지컬간의 공생은 하루이틀일은 아닙니다. 근데 우리는 한가지 확인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뮤지컬배우도 연예인입니다. 연극도 그렇고 무대배우와 연예인을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연극인이고 뮤지컬배우고 다 연예인이죠. 방송인과 가수라든지 그렇게 나눌 수도 없는 상황이 된지도 오래됐구요. 단순히 무대예술과 매스미디어간의 간극때문인 부분도 있지만 매스미디어의 탄생과 더불어 무대예술인과의 공생은 계속되어왔습니다.

그 중에서 뮤지컬은 춤과 노래와 연기를 골고루 갖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만이 가능한 장르인데 그런 부분에서 연극과 달리 뮤지컬에 진출하기 위해선 춤은 포기하더라도 노래는 일정수준이상의 실력을 갖추어야만 작품이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지니게 되지요. 근데 문제는 그렇습니다. 가수가 부르는 발성과 뮤지컬 작품을 위한 발성이 간극차가 많이 나는 작품들이 있는데요. 그런 작품들에선 가수도 본인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더 안타까운건 그 가수와 커플링을 해야하는 뮤지컬배우도 본인의 본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죠. 가수의 뮤지컬출연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뮤지컬에 홍보적 측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해지고 있는 점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인거죠.

 '테니뮤효테이전'으로 본 아이돌뮤지컬의 미래
작년 연말에 일본뮤지컬 '테니뮤효테이전'의 내한공연이 있었는데요. '테니스 왕자'라는 스포츠물을 빙자한 드래곤볼같은 만화인데 중학생들이 테니스를 하면서 라켓으로 장풍을 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너무 축약했지만 맞는 말이므로...) 원작의 주인공들이 다 꽃미남인데 아니나 다를까 공연자체도 꽃미남(?) 배우들로만 채워서 공연을 하더군요. 테니스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일이 주요 줄거리라 여배우없이도 내용이 가고 제가 쓴 줄거리가 정말 이게 끝일 정도로 테니스 경기를 하다가 노래를 부르고 응원을 하다가 노래를 부르는게 다입니다. 노래나 안무도 jpop 스타일로서 일본 뮤지컬 배우의 발성이 저럴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뮤지컬을 하다온 배우라기 보단 가수활동하던 배우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공연자체는 거의 콘서트 분위기였고 관객이 많이 안찰것을 우려했는지 일본에서 다수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웠더군요.(실제로도 거의 텅텅비어서 공연하긴 했습니다.) 공연관련 상품도 정작 공연 ost cd는 없고, 출연배우들의 화보와 엽서세트 밖에 없더군요. 개인적으론 그저 일본 뮤지컬이 내한공연을 온다는 사실만으로 이 작품을 주목했던 건데 자국에서 시리즈물로 확대 될정도로 성공한 문화상품이 한국에 투어를 온 것이 었습니다.

제가 바로 '샤우팅'에 주목했던 이유가 '테니뮤효테이전'입니다. '샤우팅'의 시놉시스만 보더라도 대성과 승리는 나름 성공적인 뮤지컬 배우로서 데뷔를 치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예 본인들의 재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맞춤형작품으로 또한 그런 상품으로서의 시범케이스로  '샤우팅'이 제작되게 된것이죠. 아이돌 가수가 본인의 재능을 충분히 살리면서 그룹의 한축이라기 보단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본인의 이미지자체를 상품화하는 또다른 문화상품인 셈이죠. 아이돌 가수가 뮤지컬배우와 섞이지 않고 가수끼리 듀엣을 해서 본인들의 성향에 맞는 곡으로 시너지를 내고 부담스러운 무대연기보다는 시트콤연기로 차분히 자신들에게 더욱 쉬운길로 더욱 기량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죠. 뭐 결과적으론 그렇게 안됐지만...

사실 뮤지컬에 데뷔하는 아이돌들은 다 그렇진 않지만 그룹내에서 포지션이나 인기가 애매한 경우가 종종있지요. 연기자로 데뷔하기엔 마스크가 좀 약하고 예능에 데뷔하자니 끼가 부족하거나 솔로데뷔는 메인보컬이거나 본인이 음악에 대한 깊은 조예를 가지거나 미친듯이 섹시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허접한 기획사가 아니라면 요새 아이돌들은 기본적으로 보컬이나 춤쪽은 기본을 꽤 갖추기때문에 연기가 살짝 어색해도 연극과 달리 뮤지컬은 용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때문에 뮤지컬에 진출을 많이 하게되는거죠.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이유때문에 이미지만 나뻐지는 경우만 생겨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테니뮤효테이전'처럼 애초에 pop적인 음악만 가지고 가수로서의 능력만 발휘하면 되는 작품을 애초에 기획단계부터 만들어 나간다면 그리고 타이틀을 뮤지컬이라고 잡는다면 가수라는 핸디캡이 오히려 장점으로만 다가올것이고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여느 상업적인 뮤지컬보다 부가 수익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기존 뮤지컬은 정말 뮤지컬이란 장르에 욕심이 있는 사람만 도전하면 됩니다. 옥주현이나 최성희처럼 말이죠.

결론에 '샤우팅'을 다시 언급하게 되는데요. 대성대신 대성을 연기하는 강인영이란 배우에겐 현재 이 작품이 본인이 주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승리는 가수로서 노래를 부르고 있고 강인영은 뮤지컬배우로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제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쓰는데 영감을 주었거든요. 아마 대성이 제대로 공연을 펼쳐서 순전히 빅뱅의 프로젝트그룹 콘서트로서 '샤우팅'을 관람하고 왔다면 이 글은 그저 이런 작품도 괜찮구나라는 내용으로 분량이 3분의 1은 줄었을겁니다. 하지만 아이돌뮤지컬이란 새로운 장르로 이와 비슷한 또다른 공연이 기획된다면 저는 또다시 보러갈거 같습니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것에 흥미가 많나봅니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잔뜩나오고 소녀시대멤버가 직접 출연해서 두팀이 '하이스쿨 뮤지컬'같은 느낌에 가요로만 이뤄진 작품이 나온다면 재밌잖아요?
by 단열했니 2009. 8. 15. 00:57

8월 13일 한전아트센터
승리 강인영 주원성 박성환

아이돌 기획뮤지컬 1호?
이 작품은 원작도 없고 빅뱅의 두 멤버 대성과 승리가 실명으로 출연하는 철저한 기획뮤지컬입니다. 아이돌가수가 뮤지컬에 진출하는 일은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요. 아예 끼있는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내용이 흘러가는 기획뮤지컬을 만들게된 것입니다. 이런 뮤지컬은 당연히 더블캐스팅이 있기 힘들고(슈퍼주니어였다면 그렇게했겠죠.) 주연이 빠지면 타격을 입게됩니다. 그리고 '샤우팅'의 비극은 바로 약점을 확실히 드러나고 맙니다.

첫공연 바로 전날 주연인 대성이 대형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서 짧은 기간의 공연기간동안 참여하지 못하게됩니다. 결론적으로 커버였던 강인영이 투입되고 대성이 스케쥴로 빠질때마다 대타로 연습했다고 하더니 마치 본인의 역할인양 무리 없이 커버해냅니다만 기획뮤지컬이라고 언급했듯이 강인영이란 배우와 연기에도 안좋은 영향이 가게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역할은 강대성이 방송과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배역이기때문에 대성이 직접했으면 그 캐릭터가 이 극에 맞춰져서 재미를 주게되어있는 건데 강인영이란 배우가 대성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아니고 방송인이자 가수인 대성을 연기한다는게 문제인거죠. 대성이란 사람을 억지로 따라가다 보니까 어설플 수 밖에 없는거죠. 유명가수의 대타로 무대에 섰다가 스타가 된다는 내용처럼 강인영에겐 대작뮤지컬의 주연으로 급작스럽게 데뷔하게 된 것이지만 공연의 내용처럼 강인영이란 배우게 이득이 되는 부분은 없을 거 같네요.

거기다가 작품자체가 승리위주로 전개가 됩니다. 설마 대성과 승리의 투톱공연인데 이렇게 했을리는 없고 아무래도 이제와서 대성역할과 승리가 골고루 나눠서 전개되는게 의미가 없기때문에 막판에 살짝 바꾼게 아닌가 싶더군요. 군데군데 승리가 좀 버거워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쥬크박스 드림걸스 시트콤 버젼
주요무대가 음악방송이기때문에 실제 음악방송무대에 버금가는 대형LED세트와 수동이지만 회전무대까지 활용해서 솔직히 무대만 봤을때 상당히 대형작품이라 깜짝 놀랬습니다. 단지 이 작품의 티켓값이 빅뱅의 개런티로만 쓰인게 아니고 무대에 상당한 투자를 한거죠. 음악방송에서 나오는 화려한 조명, 빠르게 텨져나오는 스모그(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개콘 엔딩에 보면 많이 나오는거죠.)부터 대형리본까지 텨지는 등 작품의 화려함으로 보면 상당히 볼만하고 아이돌 콘서트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다만 대형LED와 회전무대의 활용은 드림걸즈를 본 사람이라면 너무 그냥 같다 쓴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회전무대만 빼면 어차피 음악방송 무대가 그런식을 생겼으니까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보는 내내 '드림걸즈'가 생각나는건 어쩔수 없더군요. 음악방송무대를 보여주다가 무대가 회전하면 백스테이지가 되고 벽을 필두로 뒷쪽에서 공연을 하는 방식은 '드림걸즈'와 똑같으니까요.

이런 연출적인 거슬림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트콤적 전개와 배우들의 시트콤 연기는 잠을 부르더군요.  그리고 내용과 관계없는 공연장면은 왜 그렇게 많은건지 문제가 또 뭐냐면 대성과 승리의 노래는 가요발성으로 불러야하는데 강인영과 승리가 은근히 불협화음이 이뤄지기도 한다는거죠. 강인영씨와 음색이 맞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구요. 사실 이 작품은 앙상블이란걸 제대로 염두에나 뒀나 싶습니다. 아이돌매니저와 방송작가와 듀엣곡도 보면 둘이 불협화음이 좀 심했고 전체적으로 커플곡들이 많이 무너지더군요. 이건 강인영씨가 투입되면서 캐스팅이 엉켜서 그렇다고 할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이게 쥬크박스 뮤지컬이라 할수 있을까 싶은게 생경스럽게 빅뱅세대의 노래가 아닌 90년대 히트곡들이 나열되는데 '솔직히 왜?'란 생각밖에 안들고 공연의 내용과 맞는 노래는 극히 적었습니다. 게다가 엔딩에 15분간의 뜬금없는 콘서트는 이 작품의 뮤지컬이란 장르에 도전을 하는건가란 나름의 깊은 고민까지 해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싼마이냄새가 풀풀 풍기는 대본때문에 딱히 대단한 고민이 있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대성의 부재가 더더욱 아쉬운...
개인적으로 빅뱅 대성을 좋아합니다. 물론 가수로서는 잘모르고 '패밀리가 떴다'영향입니다.(전 평소 가요를 즐겨듣지 않아서 소녀시대와 카라를 제외하곤 요새 가수도 모릅니다.^^;;;) 게다가 강인영의 역할을 보다보면 대성이었으면 저 부분은 되게 잘 살렸을텐데란 장면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대본쓴 분이 패밀리가 떴다를 열심히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쉬이 시도되지 않았던 기획뮤지컬의 시작인데 첫단추가 엉클어져서 아쉽더군요. 개인적으로  영화보단 가수란 장점을 살리기엔 뮤지컬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랜만에 한전아트센터 거의 차는 모습도 보게되더군요. 환불관객이 많을줄 알았는데 거의 채웠더군요. 버스 두대대절로 온 관객들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기획뮤지컬이란 굴레때문에 승리가 작품을 책임지게 되고 약간 무리하는 모습도 보이는데 앞으로 열흘간 공연을 목이 안상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더군요. 거의 승리의 개인콘서트 중간에 공연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작품이었거든요. 길게 써서 그런데 사실상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관객들이 즐길만한 요소는 그다지 없습니다. 오로지 승리를 보러 가는 작품이나 다름없거든요.

마지막으로 대성군의 쾌유를 빕니다.

기획뮤지컬의 아쉬운 스타트 ★☆

by 단열했니 2009. 8. 14. 00:40

7월 31일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김무열 조정석 김유영 송영창 이미라 육동욱 윤석원 김동현 김지현 오소연 백은혜 박란주

센세이션? 논란이 된 원작? 21세기엔 낡은 이야기
원작이 나온지 100년이 넘은 연극이었고 공연금지를 받았던 작품이고 2007년도 토니상 수상작이라는 따끈 따끈한 작품이 한국에 초연된다는 점으로만으로도 뮤지컬 매니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이는 같은 원작을 채용한 창작뮤지컬 '사춘기'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일반 관객들에겐 비관심의 대상인데다 개막한지 한달정도 된 상황에서 크게 반향이 없었다.

홍보나 전반적인 공연스틸로는 어린 '렌트'정도로 생각했는데 Dark '하이스쿨 뮤지컬'이더군요. 10대의 섹스와 임신, 동성애를 다루었지만 전부다 이런정도의 내용은 기존에도 많이 다루어 졌었구요. 굳이 파격적이라고 하면 19세기말에 이런 작품이 쓰여졌었다는 정도가 놀라운 것이죠. 한국인 정서에 맞지 않은 내용이라고 하기에도 '렌트'보다 파격적이지도 않은 것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네요.

배우 기량차이에서 오는 불협화음
이 작품이 뮤지컬쪽에서 센세이션한 반응을 보인건 일반적인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노출씬이 있다는 점인데요. 그런 부분에서 당연히 벤들라역의 캐스팅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그닥 커리어를 찾을 수 없는 신인배우를 썼는데요. 아쉽게도 잘하는 신인배우가 아니고 학교에서 노래 좀 부르던 수준의 배우가 캐스팅되서 하는 정도인데요. 그 덕분인지 벤들라와 그녀의 친구들이 죄다 노래가 고만고만한 실력이고 솔직히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가창력과 연기력이더군요. 그에 반해 김무열, 조정석을 위시한 남자배우들은 어딘지 익숙한 느낌이다 했는데 상당한 가창력과 실력으로 남자배우들이 나오는 씬과 여자배우들이 나오는 씬간의 간극은 마치 프로공연에 아마추어 공연을 섞은 듯한 심한 괴리감 마저 들더군요. 더 어처구니 없는건 여배우들의 가창력을 맞춰주기 위해 듀엣곡에선 맞춰주는 쪽으로 가서 몇몇 노래를 버리는 선택을 하셨더군요. 이게 왜 문제냐면 공연을 보는 중에도 내가 ost를 들었던 그 공연인가란 의구심을 가졌고 보고 나서 '이 정도 작품이 왜 미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거지?'란 의문은 ost를 다시 들으며 풀어갔는데 역시나 이쪽 노래는 최근에 봤던 공연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ost에 속하더군요. 물론 수많은 외국 공연 ost의 가수들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이 녹음했음에는 틀림 없으나 많은 라이센스 공연과 어설픈 내한공연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이 딱히 그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라고 생각해 온 바 이번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배우들의 기량차이는 심히 유감스러웠던 것이죠. 그래도 여배우 중엔 벤들라와 겹치는 장면이 없는 일세역의 김지현씨만이 간간히 중심을 잡아주었네요.

김무열씨의 멜키어는 훌륭하긴했지만 솔직히 1막의 멜키어는 '쓰릴미'의 '그'의 고등학생 버젼으로 보였고 아직 멜키어라는 옷을 훌륭히 입었다는 느낌은 아니더군요. 반면 조정석씨를 이번에 처음보는데 마치 모리츠란 역할에 다른 배우를 떠올리지 않게 할 정도로 상당히 천역덕스럽게 소화하고 비교적 어려운 넘버들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공연의 생명력을 더해줍니다. 다른 남자배우들도 모든 배우들이 기억에 남을 멋진 연기와 노래를 들려줍니다.

2009년도 뮤지컬계의 또다른 재앙이 되려나
저는 사실 작품에서의 선정성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 견지를 가집니다. 물론 작품이 에로티시즘을 표방했을 경우 에리티시즘을 표방한 작품이 야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주로 다룬 작품이고 사실 노출부분이 딱히 이 작품에 필요하지 않은 장면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전개상 필요할만했습니다. 다만 이 노출이 21세기엔 낡은 원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인 것 또한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뮤지컬은 노출씬이 있는 작품이 없다보니 화제가 된거지 사실 예술계통에서 노출이 화제가되는건 톱스타가 벗었다 정도일 정도로 낡은 클리쉐일 뿐인거죠. 제가 불만인건 섹스도 그렇고 임신, 동생애 모두 가볍게 훑고 지나간단 점이고 단순히 노출씬하나 때문에 중극장 8만원짜리 6개월 공연에 걸맞는 배우가 캐스팅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죠. 원래 노래는 좋은데 너무 너무 아쉬운거죠. 그래도 6개월정도 공연하면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복불복이라고 목이 상할지도 모르지만요.

사실 무대가 이쁘긴한데 굳이 무대석이 필요한가란 의심도 들어서 뮤지컬 후기쓰면서 처음으로 구글링까지 했는데요. 브로드웨이 무대 그대로 구성한 것이더군요. 나름 공연보고 나서 이런 구성의 공연이면 차라리 충무아트홀 블랙같은데서 조촐하게 구성해도 될거같단 생각이었는데요. 뭐 오리지널 공연 그대로 구성했으니 의미없는 얘기겠죠. 문제는 올 하반기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장기공연으로 상연되는 비싼 뮤지컬이란 점이죠. 흥행도 잘되지 않은데다 딱히 홍보에 힘을 쓰고 있지도 않고 현재 캐스팅으론 홍보도 한계가 있습니다. 솔직히 무슨 배짱인가란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작품도 되게 심심한데다 노래가 좋은 작품인데 배우의 반이 소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숙성되면 좀 좋아질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또다른 재앙인듯합니다. 우울하고 처참한 내용인데다 노출까지 있는 작품이다 보니 초대권을 함부로 뿌릴 작품도 아니구요. 썩 뛰어나지 않은 완성도때문에 이도 저도 않은 작품이 된거 같아 아쉽습니다. 쉽게 올라갈 작품이 아니다보니 호기심차원에서 보실만할 거긴 합니다. 다만 이 작품의 반전은 몇개월뒤 여배우들의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평점(5) : ★★
마니아성향의 작품이나 마니아 입맛도 못맞춘다.

by 단열했니 2009. 8. 1.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