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6월 14일 - KT&G 상상아트홀
김재욱 최우리
헤드윅의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견일 뿐입니다.
Tear Me Down
동독에서 미국까지 온 사연도 많고 한도 많은 헤드윅. 이번에 관람한 헤드윅은 보아오던 다른 헤드윅 보다 정말 한많고 슬픔이 많은 헤드윅이며 가장 그 사연에 고무되고 공감하게 되는 헤드윅이었습니다. 제가 헤드윅 공연을 즐겼던 부분은 나름 파란만장하게 살아왔지만 그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재와 노래를 즐기며 그것이 비록 허세라도 나름의 삶을 즐기면서도 토미 노시스와의 스캔들이 가슴설레는 자랑거리같았던 수다한판의 자리였다면 김재욱의 헤드윅은 제가 본 헤드윅 중에선 가장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으며 어쩌면 헤드윅이란 사람은 저런 사람이었지란 당연한듯 새로운 시각으로 헤드윅이란 작품을 마주하게 해주었습니다.
Angry Inch
저도 이번 기회에 헤드윅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한셀은 트렌스젠더지만 일반적인 트랜스젠더와는 틀리지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친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하며 일반적인 남녀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 한번 없이 자신을 여성으로 착각하여 접근했다지만 쿨하게 성별따윈 안중에 두지 않는 미국인 중사를 그 역시 큰 거부감없이 받아드립니다. 결혼을 하고 현재의 삶을 벗어나고자하는 욕망에 이끌려 성적 정체성 고민이 별로 없이 가발을 쓰고 성전환수술을 받지요. 그런 식의 인생을 살았던 트랜스젠더도 있을 수 있지만 한셀/헤드윅은 태어난 성과 자각한 성의 괴리감을 가지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없이 그냥 성별만 남성으로 태어난 여성처럼 살았던 것입니다. 사실 저는 그 세계를 잘 모르다보니 항상 공감이 가지도 이해해보려고 하지도 않았던 부분이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김재욱의 헤드윅은 타고난 아름다운 얼굴과 믿을 수없이 아름다운 몸매로 사실 한셀이 겪은 그 많은 일들이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 설득력을 만들어줍니다. 성을 초월하는 미모로 동성마저도 거리낌없이 성적 욕망을 품게만드는 마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운명적 필연같이 자신의 성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성으로 살고 싶어하는 이츠학을 만나서 자신과는 다르게 성을 선택하며 또한 그녀가 가진 매력을 질투하며 심술부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한셀/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조차도 실패한 몸이니까요. 근데 김재욱-최우리페어엔 그런 헤드윅에게 화가 나면서도 그러한 복잡미묘한 애증의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과 간간히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둘의 엔딩씬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묘한 감정의 교류를 느꼈습니다.
Exquisite Corpse
이 넘버가 바로 이번 헤드윅 이후 헤드윅에 대해 많이 생각한 넘버입니다. 록음악이 타음악 장르와 비교해 종종 듣기 괴로운 소음같은 사운드를 관객에게 선사하곤 하는데요. 각각의 이유는 있겠지만 보통 그런 사운드를 일부러 만드는건 고통의 공유겠지요. 이 장면을 가볍게 연출하면 퍼포먼스가 강한 락씬에 불과하지만 김재욱은 한셀/헤드윅 슈미츠란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가득히 전해져온 장면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기괴하고 슬픈 장면이었죠.
헤드윅과 이츠학
김재욱의 탁월한 비주얼은 언뜻 그의 性을 잊어버리게하구요. 원래 밴드를 하고 있었다고 하더니 음악에 대한 탁월한 이해력으로 작품의 넘버에 고급스러움을 더해주며 여태껏 이 작품은 쭉 같은 음악을 해왔지만 장르를 글램락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윤도현이 록사운드를 약간 하드하게 바꾸긴했지만 거의 장르적 변모를 꾀한건 김재욱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대사의 경우 어찌보면 톤이 일정한 듯한 조근조근한 말투는 되려 그의 말에 귀기울이게 되고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게 만듭니다. 특이한 헤드윅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김재욱의 헤드윅이란 인물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해석 저로 하여금 처음으로 헤드윅 슈미츠란 인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게 되더군요. 노래 하나하나 다시 곱씹어보게 하고 헤드윅이란 사람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그리고 헤드윅과 이츠학의 관계도 피상적으로만 보이던 애증의 관계보단 더 복잡미묘한 관계설정이 보이더군요. 서류상의 부부로 나오지만 그들간에는 서로가 아니면 알지 못할 이해와 사랑의 관계가 있는 것이죠. 그러한 미묘한 관계설정과 디테일한 연기들이 다소 소란스럽고 기묘해서 가볍게 즐기고 오기만 했던 이 작품에 진지한 접근을 유도해주더군요. 사실 원작과 비교했을때 김재욱과 최우리가 만들어낸 이 미묘한 관계 설정은 작품에 대한 오도된 해석으로 받아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란건 대본이란 하나의 틀안에서 배우들이 새롭게 창조해간다는 것이 공연이기이고 이 둘의 앙상블은 여태것 이츠학이 헤드윅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헤드윅을 중간에 조금 쉬게 해주거나 심심한 모노드라마에 약간의 양념수준의 캐릭터였다면 이 페어는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창조해내서 비로서 이츠학이란 인물의 존재감을 가지며 헤드윅에서 없어선 안되는 캐릭터로 창조해냅니다. 작품의 끝까지 이츠학을 보게 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이츠학이란 인물과 헤드윅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토미
이번 헤드윅은 많은 업그레이드가 있었더군요. 단차가 무척 낮아져서 앞쪽 열에서 보면 너무 높았고 헤드윅이 관객석으로 뛰어내려오기도 어려워보였는데 그게 많이 줄었습니다. 조명도 눈부시게 바뀌었지만 일반적인 클럽조명을 생각하면 분위기는 더 나더군요. 김재욱만을 위한 글램록풍의 키치적이고 비비드한 컬러의 조명까지... 거기에 헤드윅뿐 아니라 이츠학에 까지 인물에 대한 깊은 탐구가 더해져 보기엔 잔잔한듯 관객의 마음속에 커다란 너울을 만드는 감성의 소용돌이를 던져주시고 무심히 떠나갑니다. 헤드윅을 보고 나서 헤드윅과 이츠학, 토미의 에필로그가 궁금해지긴 처음이었네요. 저들은 그날 밤의 격렬한 공연뒤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들이 살아온 삶을 한치도 이해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그저 먹먹한 마음만 남을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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