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막공)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양희경 박은태 조정은 오소연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차피 끝난 공연이라 크게 의미는 없지만 후일 재공연이라도 보시겠다면 피하심이..

1막은 사극, 2막은 신화
묘한 나무 조각같은 곳에 행매가 앉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부터 이 작품이 단순한 사극뮤지컬이 아님을 알게해줍니다. 조선시대에도 사랑을 있었다를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고 죽을 수 밖에 없던 한 연인들의 죽음으로 1막이 끝나버립니다. 전 아직 사전정보가 부족했기에 이렇게 끝내버리면 나중에 수습을 이상하게 할텐데란 생각을 했습니다. 전막에서 주요인물 둘을 죽여버리면 전개는 뻔하게는 두가지 중 하나죠. 환생을 해서 만나거나 저승에서 만나는 내용으로 가는거죠. 2막이 60분인데 굳이 환생을 해서 만들어갈 새 스토리가 있어보이진 않았고 결국 저승에서 만나는 쪽으로 가겠거니했는데, 의외로 황천길이나 연옥의 확장판쯤 되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가더군요. 전막에서 쥐한테 콩을 줄때 은혜갚는 쥐의 스토리도 나오는건가 했더니 그 쥐들이 이 확장된 황천길의 주민들이더라 말이죠. 뜬금없이 300년뒤라는 것은 좀 의아했지만 죽어버린 영혼이니 시공정도는 가볍게 초월할 수도 있지란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김생이 원한이 됐지만 쥐무리들 간의 생긴 오해와 반목은 한국인의 정으로 해결하고(관람한 분들은 그 정이 그 정이 아니란거 알지만 뭐 비슷한거 아니겠습니까?) 이 쥐무리들은 은혜를 갚겠다며 다시 뜬금없이 오작교가 되어 죽은 김생과 홍랑을 하룻밤동안 만나게 해줍니다.


새로운 사랑 신화
제가 간단히 스토리를 정리하면서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준 부분이 많은데 사실 이 작품의 주요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화 창조이고 한국적 판타지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살구나무에 중매의 신 혹은 사랑의 신이 붙어있는 것도 좀 의아하고 이 확장된 황천길의 주민들이 쥐이고 시대적이나 배경이나 으로도 실제 세계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쥐가 황천길에서 저승을 이어주는 오작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실제로 우리 옛 전통적으로 있던 것인데 제 지식이 부족해 몰랐던것이던지 아님 정말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세계인 것이죠. 물론 스토리와 기본적인 내용은 견우와 직녀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에서 채용된 듯한 합니다. 신화가 너무 신화적 기반없이 창조되는 것보다는 약간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쉬이 수용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요. 이건 제가 요새 오페라를 많이 보다 보니 오페라에선 무대에 맞게 기존에 있던 내용들을 재창조해가는 과정을 관대하게 수용하던 버릇이 이 작품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페라는 고전이나 신화를 다룰때 그대로 올리기보단 무대극에 맞게 새롭게 재창조되는 작품들의 약간 부족하고 어색한 내러티브를 클래식 작품이란 당연히 이런 것이다라는 관점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어야했으니까요. 사실 피맛골연가의 이 2막에 대한 불만을 많이 볼수 있었거든요. 1막을 그저 사극이라고 생각하고 전막과 후막의 대비되는 분위기를 빨리 수용할 수 록 2막에 대해 만족스럽게 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1막이 너무 지루해서 암전될때마다 시계를 쳐다봤었는데 빠른 전개 속에 숨겨진 배경지식과 서브텍스트들을 잡아내며 보느라 정신없이 재밌게 봤거든요. 추후 재공연을 할때 이 1막과 2막의 괴리감을 쉽게 해결하는 것이 숙제일거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본상으로 어설프게 고쳤다간 더 이상해질것만 같구요. 연출적으로 1막의 사극적인 분위기를 좀 더 판타지로 가야 2막의 판타지적 요소에 빨리 적응하지 않을까 싶네요. 내러티브자체에 가지는 거부감은 빨리 극복할 수록 작품을 재밌게보게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저는 2막이 더 재밌었으니까요.



앞으로 공연계를 이끌 새로운 대작의 탄생
선공개된 4곡의 음악때문에 이 작품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노래가 굉장히 좋기때문이죠. 양희경씨와 신예스타 박은태와 오랜만에 공연계로 돌아온 조정은씨도 매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했고 서울시의 지원덕에 티켓값도 무척 저렴했지요. 그리고 서울시가 지원한 것은 티켓값을 줄이기위한 적당한 지원은 아니었던 것인가 봅니다. 올해 올라간 대극장 공연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스케일의 무대와 저도 몇년간 뮤지컬을 봤지만 뮤지컬에서 이정도의 군무는 처음이 아니었던가 싶을 정도로 대규모 군무면서 심지어 굉장히 만족스러운 실력이어서 또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네요. 그동안 대단한 군무였다라고 쓴 공연들의 평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원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압도되더군요. 국악과 오케스트라의 만남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완성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네요. 작년 영웅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뮤지컬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ps:1막의 여러 연인들의 사랑의 노래때 남남커플의 키스는 오늘 처음 나왔다고 하더군요. 애드립인줄 몰랐던 그 자연스러움이란...ㅋ
by 단열했니 2010. 9. 15.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