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포선라이즈’가 개봉할때 당시 영화매니아들은 엄청나게 열광했습니다. 유럽배낭여행이란게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시절이라 유럽에 대한 로망, 여행지에서의 낯선 선남선녀와의 로맨스, 20대 시절의 낭만이 집약된 스토리인데다. 요샌 흔하지만 그땐 그리 흔하지만은 않았던 열린 결말 모두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 모두 열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서울에서 겨우 두개관에서 했기 때문에 엄청난 반향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 좀 좋아한다라고 했던 사람들은 코아아트홀에 보조석에 앉아서 봐야했을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당시 PC통신이나 이 영화를 봤다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 영화의 열린결말에 열광했습니다. 약간 유행스럽긴했지만 본격적으로 유럽배낭여행의 로망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영화죠.

그런데 2004년도 ‘그’ 속편인 ‘비포 선셋’이 돌아온다고 했을때 많은 반응이 갈렸습니다. 열린 결말의 미덕은 열려있기 때문에 미덕인건데 속편을 낸다는 것은 그 상상을 박살내는 것이니까요. 저같은 경우 ‘비포 선셋’은 여전히 불만이었습니다. 둘이 나중에 만난다는 쪽이었거든요. 사실 속편이란거 자체가 둘이서 해피엔딩이었으면 나오지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본인이 커리어가 안풀려서 속편을 우려내는 감독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두 배우의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크레딧에 각본에 직접 이름을 기록할정도로 큰 것이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비포 선셋’은 전편처럼 충격적인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리한 속편이었습니다. 둘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또다시 열린결말로 관객에게 행간을 가져다 줬지요. 물론 ‘비포 선라이즈’같이 예상이 불가능한 행간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올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둘 다 나이를 더 먹고 9년전보다 세상에 더 찌들어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결혼은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니라구요. 그 말은 결합 했을 때 완벽한 커플일것만 같았던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일, 육아, 제시의 전처와의 관계 때문에 둘의 관계는 전같지 않습니다. 어쩌면 전반적으로 부부클리닉 같았던 전개였지만 이 시리즈는 항상 영리하게 자의식이 강한 두 지식인들이 어떻게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지 영리하게 보여줍니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들의 관계회복의 멋진 기제기도 했을 것이구요. 영화가 나온 연도수로 나이를 설정하는 작품은 이 작품정도 밖에 없을 겁니다. 같이 나이를 먹어간 영화고 저들만큼 저도 나이를 먹구요. 개인적으론 꿈이 없어진 나이에 꿈 많던 시절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애잔하게 다가오고 솔직히 좀 슬퍼지더군요. 지지고 볶고 사는 동안 혼자 이 작품을 보러온 저에게 말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애잔해지게하기도 하네요. 사실은 ‘비포 선라이즈’가 딱 좋았어요. 그렇지만 한 10년뒤에 또 신작이 나왔음 하기도하네요. 이들의 뒷이야기가 또 궁금해졌거든요.

by 단열했니 2013. 5. 24.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