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2013년 1월 29일

류정한 옥주현 김보경 에녹 이경미 이정화 박완

연출: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김문정

 

 

이 글안엔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고보셔도 큰 지장은 없는데 조금의 내용도 모르고 싶으시면 읽지 말아주세요~

 

 

 

 

누가 주연인가

작품안에서의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건 사실은 큰 의미는 없는 일입니다. 사실 주조연을 굳이 나누기 시작한 것은 시상식이 만들어낸 폐해가 아닌가 할때도 있지요. 많이 나오면 주인공이고 적게나오면 주인공이 아니고 이걸 정한건 아무도 없습니다. <레베카>의 원작은 소설이고 영화는 그 유명한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이 만들었죠. 소설은 보지 않았지만 영화나 뮤지컬이나 주인공인 '나'와 막심이 중심인물이긴 해도 두 창작자 모두 댄버스부인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죠. 단순한 치정물일 수 있는 이 작품을 댄버스 부인의 존재만으로 묘한 스릴러작품으로 바꾸게 됩니다. 비중이 작은 주연에 대한 놀라운 예로 항상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했던 안소니 홉킨스를 들게되구요. 2시간동안 10분만 출연한 배역에게 남우주연상을 준 전례는 카리스마 있는 작은 역이 주역을 잡아먹는 좋은 선례로 이야기되어져 오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무대극은 편집과 음악이라는 장난질로 안되는 연기를 되게 만들 수도 있는 영상물과 달리 배우 혼자만의 힘으로 주연을 잡아먹아야하죠. 적어도 막심과 '나'가 주로 나오던 별 긴장감없는 초반부를 거쳐 댄버스부인의 첫등장에 집중하지 않을 관객은 별로 없을거라고 봅니다.캐릭터의 힘도 있지만 항상 무대위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걸 무대에서 보여주길 좋아하던 옥주현은 이 쉽지 않은 미션에 성공한듯 보입니다. 비록 집사지만 전 주인에 대한 강렬한 애착과 집착으로 똘똘뭉친 광기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니까요. 사실 뮤지컬쪽이 더 댄버스부인의 광기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고 봐야할겁니다. 영화쪽에서도 보이지만 뮤지컬에선 댄버스부인의 분량도 많이 있지요. 그래도 주연의 분량은 아닙니다. 캐릭터가 잡아먹은거죠. 배우가 잡아먹어야하기도 하지만요.

 

 

 

막심과 하이드

 

카리스마와 무대장악력이라면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우실 류정한에게 아쉽게도 막심은 70점밖에 줄수 없습니다. 하지만 극찬의 70점입니다. 솔직히 거의 막심과 하이드였다고 할만한 캐릭터 소화력인 것도 문제긴 하지만 어쨌든 그런 캐릭터 해석이 잘 맞긴 했습니다. 문제는 초반부에 '나'와의 로맨스 부분에서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닭살연기를 어색하게 수행했다는 것이죠. 류정한 공력이 몇년인데 저런 연기를 저렇게 하나란 생각만 들더라구요. 하지만 초반부를 제외하곤 주로 어두운 연기만 해야했고 어두운연기 전문가답게 잘해내고 있지만 연기가 너무 연기스럽고 초반부의 충격이 빨리 가시지 않는게 문제였죠. 다른 배우들이 대부분 댄버스 부인에게 대부분 잡아먹힌 가운데 혼자 존재감과 무대를 장악해주니까요. 유준상씨나 오만석씨가 노래로 무대를 꽉채워줄지가 의문이라고 볼땐 역시 류정한이다 이런 생각입니다. 고음끝이 여전히 불안한건 아쉽지만요.

 

 

 

노래와 비주얼

 

보기전에 비주얼로서 김보경, 최민철보다 임혜영, 에녹이 낫다는 이야길 듣고 뮤지컬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란 생각을

 

했는데요. 사실 임혜영만으로도 어느정도 괜찮은 캐릭터라는 것엔 동감할 수 있지만 임혜영의 가창력으로 상대배우들과 붙는 씬에서 듀엣이 제대로 이뤄지기나 할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김보경이나 되니까 듀엣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음색인건 확실하지만 넘버소화력만은 훌륭했단 생각입니다. '나'란 캐릭터의 외모가 평범한 여자이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댄버스 부인과 함께설때 더 살쪄보이고(김보경씨가 뚱뚱해보인다는게 아닙니다. 옥주현이 지나치게 날씬한거죠.) 더 평범해 보이는 외모라는건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지요. 옥주현역할이 레베카도 아닌데말이죠. 에녹도 넘버가 많지않은 가운데 자기몫을 했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연기도 그렇고 최민철이 더 잘했겠지요. 하지만 레베카의 내연남으로서 최민철이 설득력이 떨어지는건 사실이죠. 잘생긴 남주를 두고 최민철과 바람을 피우던 여자캐릭터는 확실히 극의 몰입감을 죽이긴 했을겁니다. 오로지 음악라인으로 본다면 김보경-최민철일테고 그냥 외모로 본다면 임혜영-에녹이 될거 같네요.

 

 

 

드디어 볼만하게 올려진 르베이 작품!

 

저는 사실 이 작품을 예매하는데 많이 망설였습니다. '모차르트', '엘리자벳'을 너무 재미없게 봤었습니다. 또 지겹겠구나 오늘 피곤한데 중간에 졸지나 않음 다행이겠다 싶었죠. 먼저 본 영화도 괜찮긴했는데 확 재밌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보는데 너무 재밌고 세트가 엄청나게 화려하고 멋지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출이 엄청나게 멋집니다. 템포도 있고 레베카 넘버도 처음 나올때 왜 터뜨리다 말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넘버가 여러번 나오기때문에 초반에 자제시켰던 것이죠. 이런 사사로운 강약조절까지 익숙한 르베이 음악안에 잘짜여진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과 노래들로 누구 말마따나 잠깐 앉아서 뮤지컬 봤는데 끝나버렸고 8시에 시작했는데 언제 10시50분이 됐는지 어리둥절하다고 할까요. 러닝타임이 길고 모든 넘버가 다 좋지만은 않은 뮤지컬에선 흔히 있을수 없는 일인데 이걸 유희성이 해낸줄 알고 놀랬더니 연출은 로버트 요한슨이란 외국감독이 했네요. 그렇죠. 유희성씨가 갑자기 일취월장할리가 없지요. 연출력이란게 게임의 레벨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오를리가 없었던거죠. 엄청 재미있는 데도 노래까지 좋은데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2013년 초반부터 우리뮤지컬계을 뒤흔들 괴물 라이센스뮤지컬이 하나 또 나와버린거죠. 무슨 이런 길고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고 뭐하십니까?

 

 

이 작품은 겨우 3월 31일까지 밖에 안합니다. 빨리 예매하세요. 예매가 안되면 예대라도 거세요.

 

 

 

전 따른 캐스트는 안봐서 뭐라고 하긴 그렇지만 류,옥,김이 딱 좋구요. 다음번엔 최민철씨로 보고싶네요. 2층이상에서

 

보신다면 그냥 최민철씨로 보셔도 별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by 단열했니 2013. 7. 27.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