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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케팅의 실패라고 생각했던 고고70의 흥행부진은 알고 봤더니 컨셉없어 보이는 음악영화가 어디론가 표류하다가 시대상에 겨우 끼워맞춘 드라마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끝냈다.
음악에 인색한 민족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음악에 인색하다. 음악에 돈쓰는것도 인색하고 음악을 즐기는데도 인색하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웃기기 힘든 민족이라는 코메디언의 푸념도 있었지만 나는 음악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뮤지컬이 정말 성공하기 힘든 나라중에 하나고 cd가 가장 빨리 쇠퇴한 나라중에 하나이다. 심각할정도로 음악에 돈쓰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원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민족인데 왜 그럴까라고 항상 생각해 왔는데... 비단 불법복제 탓에 돌리기도 했지만 사실 불법복제 탓으로 돌리기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에 돈쓰는걸 너무 싫어한다. 이 영화보니 왠지 문화를 억압하던 시절 가장 심한 탄압을 받은 것 중에 하나를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음악도 만만치 않았음을 알게되었다. 뭐 영화라서 약간 오바한 부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말로 들어온 얘기가 영상으로 보니 왠지 더더욱 와닿았달까. 요즘음 많이 나아진 편이지만 예술분야에서 직업으로 가지겠다고 하면 가장 천대한 직업이 대중음악가와 만화가였다.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가장 위상없는 분야가 대중음악과 만화가이고 내가 정말 사랑하는 두 분야가 천대받아 온 것이다. 70년대에 정부가 쓰레기 취급을 해왔으니 현재까지도 힘든 것이 아닐까. 왠지 음악가가 천대받아온 과정을 보는 것만 같았다.
데블스? 누~구~?
누군지도 모르고 들어본적도 없다. 그럼 인물에 대한 세부묘사를 좀더 해주면 좋을텐데 어차피 음악에 집중하기로 했는지 데블스가 결성하는 것과 서울에 올라가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긴장감과 커다란 갈등없이 흘러가고 별다른 인물묘사도 하지 않아 중간에 등장인물 하나가 죽는데도 누가 죽은거야? 라며 어리둥절할 뿐이고 그다지 슬프지도 않았다. 결국 해체에서 재결성까지 그리는 과정이 시대상과 맞물려 드라마틱하게 흘러가고 좀 재미있어지며 멋진 엔딩까지 치닺는다.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뒷심발휘인데.. 앞에서 그다지 재밌지 않은데 늦은 뒷심은 '어? 그럭저럭 괜찮네..'라는 여운정도 줄뿐 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인건가? 데블스를 모르고... 난 70년대 사람은 아니지만 고증이 엉터리라는 것 정도는 알거 같다. 너무 세련되었다. 물론 상업적인 부분에서 그렇게 했을지 모르겠지만 부분적으로 CG로 고쳤지만 시대를 보여주는 부분이 엉망인데다 촌스러워야 정상인데 촌스러움을 잘 소화한듯함으로 가기로 했는지 복고의상을 해야할 것을 복고풍의상으로 했다. 복고와 복고풍은 엄연히 다른데 말이다. 엑스트라들도 몇사람만 당시 머리를 하고 마지막쯤에 관객을 슬로모션으로 잡을때 몇사람빼곤 다 요새 머리였다. 대놓고 엉망인데가 거기여서 얘기한 것 뿐이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어서 도대체 몰입을 할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영화의 가치는~
사실 이 영화에 음악에 몰입하지 못하면 이 영화는 단박의 관객에겐 이 영화는 그 관객에겐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이렇다할 드라마가 없기때문에 음악에 몰입하지 못하면 끝장인것이다. 사실 내가 아쉬운 부분은 그런 부분이다. 록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무지하게 생소한 소울이란 장르를 다뤘단 점에서도 의외였지만.. 개인적으론 '커미트먼트'(91)가 생각나서 굉장히 좋았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에서 뭐지? 란 생각을 하며 보는데 쏘울음악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아~ '커미트먼트'를 벤치마킹했구나!'라는 감이 왔는데 쏘울음악과 묵묵하게 별다른 누구하나에게 집중된 드라마 없이 밴드얘기만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커미트먼트같은 작품을 만들어낸 감독의 뚝심에 묘한 반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의상이나 세트고증이 별로인 작품에서 얼마나 제대로된 고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70년대 밤문화를 다뤘다는 점에서 꽤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근데 문제는 7080세대에게도 상당히 마이너한 문화였던것이 틀림없다. 비슷한 연령의 관객들도 의외로 생소해한다는 느낌이었고 이건 역시 관객반응에서 나타났다. 당시에 최고의 팝스타 중에 하나였던 아바의 음악이 쓰인 뮤지컬 영화에 열광하는 동안 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다는 '데블스'란 밴드와 이런 밤문화에 생경해했기때문이다. 아쉽지만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런 음악영화가 한국에 하나쯤 있다는 것에 큰 만족한다. 위에 열거한 단점따윈 생각해보면 너무 팔짱끼고 봐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저 즐기면 될 것을~ 하지만 나는 <커미트먼트>가 다시금 그리워졌다. 그 영화 OST 구하느라고 그렇게 힘겨워했었는데... 사람에겐 제각각의 추억이란게 있으니까...
※ Commitments (1991) 알란파커의 초기걸작 중 하나. 국내엔 비디오로 소개되었지만 엄청나게 희귀한 작품중에 하나인데 난 우연히 구해봤다. 아일랜드 락밴드 이야기인데 이 영화도 별다른 스토리 없이 커미트먼트란 밴드가 결성해서 해체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한 연출과 파워풀 넘치는 공연장면 연출로 개인적으론 <The Wall>보단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다. 뭐 <The Wall>이 이 작품보다 높이 평가받은건 핑크플로이드의 음악이란 점이란거라고 생각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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