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유준상 민영기 깁법래 박건형 배해선 이정열 김소현

대작 뮤지컬과 가족뮤지컬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삼총사가 진중한 내용도 아니고 가족영화나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많이 제작됐던걸 감안하면 딱히 스토리부문에서 기대할만한 재해석이 있을리 없었던걸 감안했어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총사의 긴 내용을 캐릭터들의 뒷얘기까지 넣어가며 2시간 남짓 풀어가려다보니' 개연성따윈 필요없어!'라는 듯이 잠깐의 장면안에서도 말이되는 장면이 거의 없을정도로 마구 넘어가는 전개를 보이는데 보통 뮤지컬이란 장르가 그런 편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내러티브도 그러할진데 심지어 중간 중간에 유치찬란한 개그를 남발함으로서 최소한 노래에 집중해야할때 조차 개그를 날려서 장면안에서의 넘버에 집중할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괜찮은 넘버가 많이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날려먹은 넘버가 꽤 있었고 이건 오히려 그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에게도 실례고 작품적으로도 너무 가볍기만한 작품으로 남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개그뮤지컬을 만들려던게 아니라면 적어도 노래에 집중해주는 연출도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류의 연출은 작품의 정체성에도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워낙 뮤지컬계의 대형 배우들이 캐스팅되서 큰 극장에서 화려한 의상과 대형무대에서 배우들의 무게감과 카리스마로 대작분위기르 내주고 있지만, 후일에 중극장정도에서 인지도가 적은 배우들이 비슷한 연출방식으로 공연을 올리게되면 방학특선 가족뮤지컬이 될수도 있다는거죠. 아무리 내러티브가 부족하고 딱히 재미있는 장면이 없는 공연이었다 하더라도 적당히 장중한 장면도 필요하지 않았나싶네요. 물론 그런 장면들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그런 장면들이 두 캐릭터들에게 집중되었다는게 문제죠.

배해선의 재발견
배해선씨를 제가 재발견하는건 건방진 소리지만 최근 그녀의 커리어와 평을 보면 솔직히 호평보단 악평이 많은 편이었고 실제로 실망스런 모습을 많이 발견하곤 했습니다. 연기력도 있고 가창력도 뛰어난 배우인데 무대에서 제역량을 잘 발휘하지 못한다고 할까 매너리즘이라고 할까. 뮤지컬계에서도 젊은 배우들 중에서도 무게감과 연기력과 가창력을 동시에 갖춘 젊은 배우가 많지 않다보니 배해선씨가 한해에 너무나도 많은 작품을 소화한다는 느낌이었느데요. 그런게 매너리즘같은걸 가지고 온게 아니었나 했습니다. 그녀의 네임밸류로 선택했던 공연들에서 '잘하지만 뭔가 부족하다.'란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거든요.

하지만 삼총사에서의 밀라디역은 배역자체로서도 작품안에서 팔색조같은 연기력을 요구하는데다 도대체가 진지한 인물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순수한 소녀에서 섹시한 요부를 한작품안에서 보여줘야했고 작품에서의 비중에 비해선 키플레이어였기때문에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어야했는데요. 이 모든것을 놀라울정도로 잘 소화해주셨고 자신의 장면에서 최고의 노래와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을 보고 기억에 남는건 배해선씨 밖에 없을 정도로 배해선씨 커리어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대작 뮤지컬에 걸맞는 최상의 캐스팅
올해 개막한 작품 중에서도 보통 원톱에서 투톱주연급 배우들이 무더기로 캐스팅된 작품이었고 그만큼 그런 주연급 배우들의 비중문제에 있어서 말이 많았었는데 물론 자신의 커리어에 꼭 필요한 작품을 한건 아니지만 이런 대작중에 앙상블작품이 별로 없는걸 감안했을때 대부분의 캐스팅이 적절하지 않았나 싶네요. 역간 비중이 비교적 골고루 배치된 작품이다 보니 무대장악력이 부족한 배우가 작품을 하게 되면 그 캐릭터는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았기때문이죠. 그런 부분에서 누가 아깝고 안아깝고를 떠나서 최고 캐스팅인줄은 모르겠지만 최상의 배우들이 모여 그들만의 훌륭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줬고 우리는 이런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에 만족하면 되는 것이죠. 뭐 굳이 좀 의아하다 싶은건 김소현씨 역할정도였는데 회사때문인지 본인의 선택인지는 모르겠네요.

성공적인 기획 뮤지컬
제가 삼총사 개막소식을 듣고부터 독일 ost를 열심히 듣다가 공연보고 조금 당황했었는데요. 체코뮤지컬이라고 하더군요. 체코뮤지컬인지 체코버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로로 구입했는지 궁금한 'All for Love'부터 비슷한 노래도 없었던거 같으니 체코뮤지컬이겠죠. 엠뮤지컬이 체코에서 뮤지컬판권을 무더기로 사온건지 거기서 패키지 판매를 했는지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어쩄든 프로덕션면에서 체코뮤지컬들 중에 최고가 아니었나 싶네요. 기획, 캐스팅, 극장, 티켓값, 매니아와 일반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데다 연출은 제 생각으론 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해진 대본에서 크게 손을 대지 못한 상황에서 이정도만들었다면 연출도 잘된 편이긴합니다. 사실 작품만듬새는 뛰어났습니다. 작품을 몰입하게 만드는 포인트을 잘살려줬으니까요. 쓸데없는 개그를 남발한게 아쉽지만 말이죠. 최종적으론 홍보까지 흠잡을데 없이 완성해서 뮤지컬 성수기라고 할수 없는 시기에 개막한 작품치곤 상당한 흥행성적도 일구어 냈으니 성공한 것이죠. 원판권자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서 국내에서 거의 재창작되는 라이센스 뮤지컬 중에선 이런 완성도와 프로덕션이라면 흥행의 모범사례가 되지 않을까 감히 말해봅니다.


PS: 저보는 날엔 낚시줄에 거북이인형을 다시더군요. 공연을 관람하신 날엔 어떤 선물이 걸려있었나요? 뒷얘기론 양주도 있었다던데요.^^
by 단열했니 2009. 6. 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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