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를 형상화했다는 포스터가운데 이미지의 오른쪽을 자세히 보면 여성의 얼굴이 보인답니다~

6월 29일 - 충무아트홀 대극장
이정열 김보경 마이클리 김선영 김우형 이경수 구민진

솔로 섹소폰~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접한 이후 뮤지컬이란 장르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치 무대극의 한계란 없다라는걸 보여주는 듯한 엄청난 극이었고 그런 극이 무려 1986년에 나왔다는 것에 또한번 놀라게 되었죠. 몇개월 후 바로 '레미제라블'을 내한공연으로 접하게되었고, ebs에서 방영하는 '캣츠'를 보면서 이쯤되면 '미스사이공'에 대한 환상을 안가질래야 안가질 수 없었고, 무대에 올라가는 헬기문제로 공연이 힘들다는 얘기는 '미스사이공'에 대한 환상을 더욱 더 커지게 해주었죠. 그리고 2006년 드디어 초연, 그동안 우리나라공연의 걸림돌이었던 헬기가 결국 영상으로 대체된다는 소식은 실망을 안겨주게되었지만 그래도 기대에 부풀어 가서 봤었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할까요. 당시에 교체되어 들어갔다던 엔지니어는 별로 기억에 남지도 않았고(그래서 배우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마이클리의 대사는 알아먹을수가 없었으며 김아선씨의 불안불안한 고음은 저에게 짜증만 불러일으켰죠. 게다가 영상으로 보는 헬기씬은 이 작품의 어느부분이 위에 언급한 세작품과 어깨를 감히 나란히 하는지 의미를 알수 없이 이 작품의 안티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예전에 정말 맛없게 먹은 음식인데 왠지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떄가 있지요. 참 맛없었는데 그 묘한 풍미가 언뜻 언뜻 기억나고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녔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 그래서 다시 한번 새로운 재료와 같은 재료지만 성숙해진 재료가 버물어진 그 음식에 손을 댔습니다.

이럴 수 GOD! 평소 ost를 좀 즐겨들었지만 극전반을 지배하는 이정열 엔지니어의 빼어난 연기와 노래 그리고  노래만 터지면 바로 소름돋는 보경 킴의 노래. 억양이 거슬리긴 하지만 이제는 알아들을 수 있는 감미롭고 너무 감미로와서 마치 생크림같은 목소리의 마이클리의 크리스. '오페라의 유령'조차도 중간에 살짝 지루한데 노래 몇곡 들은 거 같은데 1막이 끝나버리더군요.

그리고 그런거 아시나요? 전 처음볼때보다 항상 두번째 볼때 더 감동을 받는데 그래서 처음볼때 감동적으로 본 작품은 꼭 한번 더 보는데 왜냐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니까 그게 너무 슬픈거죠. 마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이별에서 시작해서 만남으로 끝난 것 처럼 슬픈 미래가 예정된 기쁜 현재가 관객입장에선 더욱 사무치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이예요. 1막에서 짐을 싸라며 대사관에서 보자는 장면에서 부터 짤막한 탄식이 입에서 나오게되고 2막에서 엔지니어로부터 존의 얘기를 들은 킴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부터 울컥하게 되더라구요. 그 기쁨이 처절한 슬픔으로 바뀔테니까요. 거의 2막내내 울컥울컥하는데 너무 힘들고 슬프고 또 노래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조.... 좁다
제가 이번 '미스사이공'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실수는 바로 서울에 올때까지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고양에서 볼까말까 볼까 말까하다가 예매율이 하도 안좋아서 서울오면 바로 할인한다 싶어서 안봤는데, 서울에 와서 할인을 한건 좋았는데 문제는 '미스사이공'을 하기에 충무아트홀이 너무 좁은거죠. 충무가 이렇게 작았나를 새삼느끼며 좁은 무대에 우겨넣은 듯한 세트들과 배우들도 왠지 좁게서있는 듯한 느낌이 확오더군요. 당연히 프로젝터도 큰화면을 못달았는지 헬기크기도 예전기억과 비교했을때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여간 새삼 충무대극장이 가끔 대극장이라고 할때마다 대극장인가 했는데 충무는 대극장이라기엔 좀 좁다란 자체결론을 내버렸습니다.

영상물로 나오길 기다리는 공연 No. 1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화 됐고, '레미제라블'은 콘서트지만 공연의 맛을 느낄 정도는 되죠. '캣츠'는 공연영상물로 제대로 남기고자 공을 너무 들여서 되려 공연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한 케이스이기도 했습니다. '렌트'는 영화화와 공연영상물이 둘다 남아있죠. 그런데 미스사이공은 메이킹dvd만 있습니다. 이게 공연dvd인줄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작과정만 있죠. 보통 영화나 공연영상물을 구입하면 보너스로 들어있는걸 거의 영화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좀 억울하죠. 90년대부터 영화화 얘기도 꾸준히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야기가 워낙 낡아서 영화화가 안되는 듯합니다. '오페라의 유령'도 흥행이 지지부진했고 베트남은 헐리우드에선 철지난 소재기도 했죠. 그 소문 무대에 등장하는 헬기씬을 실제로 어떻게 연출되는지 한번 보고 싶어서라도 그걸 공연에 투입한 투어팀이 있다면 그 팀이 공연하고 있다는 나라에 가서 보고 싶을 지경으로 '미스사이공'의 완전판을 보고 싶네요. 메이킹에도 맛뵈기로 나오고 막상 보고나서 실망하더라도 보고나서 실망하고 싶으니까요.

실망스러웠던 음식의 재발견같았던 '미스사이공'이었는데요. 심지어 김보경씨는 성대결절로 한주쉬고 나왔던 공연이었던걸 감안하지 않았더라도 너무 훌륭했기에 한마디로 공연을 볼때 어떤 배우조합으로 보는지가 그 공연을 만족하느냐 마느냐의 성패라는걸 새삼 깨달았던 공연입니다.
by 단열했니 2010. 7. 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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