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theatre
나는 너다 - 영웅의 가족들
단열했니
2010. 7. 24. 23:59
7월 24일 (드레스리허설) -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송일국 박정자 배해선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영웅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
안중근 서거 100년이 되어가는 시점이 되자 작년에 뮤지컬 '영웅'과 연극 '대한국인 안중근'이 공연하고 올해 또다른 안중근의사의 이야기인 '나는 너다'가 3일간의 프리뷰이후 개막하게되었습니다. (무대인사를 나온 윤석화씨는 드레서리허설임을 강조하더군요.) '대한국인 안중근'이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지 전기물이었다면 확실히 '나는 너다'는 전기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단락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작품은 안중근의 막내아들 안준생을 조명합니다. 전체적인 작품의 기조는 영웅의 아들의 힘들고 비참함 그래서 선택한 구차한 생존에 대한 변명이 그려집니다. '영웅'에도 보여진 안중근의 어머니가 안중근이 사형집행을 받고 그의 어머니가 의연하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해주는 장면도 이후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던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으까란 고민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작품이 전체적으로 주려는 메시지는 영웅의 가족이란 이유로 온가족이 온갖고초를 당하고 죽음을 당했지만 안중근의 영웅적 행위의 근원 작게는 가족과 우리 민족을 위한 것이었다는 내용이지만 생존 위한 친일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영웅적 행위와 조국을 위한 정신이 생존보다 중요한 것일까란 화두를 던지는 듯해서 약간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안중근의 영웅행위 속 희생당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그 숭고한 희생과 그림자와 같은 안중생의 친일 행위에 대한 이야기고 결론적으론 안중근과 가족들의 희생에 추모와 경배를 보내며 관객도 그런 분위기로 관람하신거 같은데요. 저는 안준생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방식에 대해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사실 저도 안준생의 상황까지가 아니래도 일제시대에 그런 고초겪으며 살았으면 친일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제가 원래 그냥 비겁하고 겁많은 사람이어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을수도 있지만 굳이 이런 작품보면서 그런 생각들게만드는 것도 별로 아닐까 싶기도해요. 단지 작품의 의도가 안준생에 대한 변명이나 재조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지금 살아있는 인물도 아니고 이후에 독립투사로 다시 활동한 것도 아니고 딱히 세상에 별다른 영향을 준 사람도 아니니까 말이죠. 안중근의사 이야기가 나오면 그 아들은 그렇게 못난 인간이었다라는 식으로 설명되어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차라리 안중근의사 다큐멘터리에서 정식으로 재조명할 수도 있었단 말이죠.
8만원짜리 블록버스터 연극이어야했겠지만...
8만원짜리 고가 연극의 시대는 '레인맨'이 열었고, 캐스팅탓인가 했는데 두산아트센터로 들어오니까 5만원대로 내려가면서 나중엔 2만원 이벤트도 하더군요. 하여간 그 블록버스터 연극은 뭐 딱히 크게 비판받지 않은거 보고 그냥 볼만하긴한가보구나 하고 말았죠. 6만원짜리 연극 '이'공연은 보고나니 납득은 됐습니다. 공연장크기에 걸맞는 규모와 재미가 있는 공연이었으니까요. 그 이후 또하나의 대작 연극이 나왔죠. 바로 이 작품입니다. 그런데 하늘극장의 크기가 그리 크지지않습니다. 완전 소극장도 아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레인맨'이 공연되었던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수준입니다. 그리고 원형극장구조이며 세구역으로 나뉘어서 가격이 책정되어있습니다. 가운데구역 전체가 8만원, 사이드구역의 그래도 가운데열이랑 가까운 구역이 5만원, 완전 사이드 구역이 3만원입니다. 3단계야 보통 있지만 그 단계마다 가격차이가 제법커서 살짝 의아할수 있는데요. 바로 사이드구역에서 보면 세트의 모양에 따른 시야장애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아마 5만원 구역에서 다소 생긴 시야장애는 3만원 구역에선 처참할만치 생기겠더군요. 무대세트하나 없이 단순합니다. 4개의 장막을 여러모양을 통해서 프로젝터를 이용해 배경을 구축하는데요. 굳이 이 작품에서 작품적으로 돈을 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 cg부분입니다. 세트가 전무하기때문에 오로지 프로젝터와 조명만으로 배경을 만들어서 연기하기때문에 이 포맷 그대로 가져가서 다른 공연장에서 하려면 정말로 자유소극장밖엔 없겠더군요. 바닥조명이 중요해서 무대가 객석보다 낮아야하거든요. cg를 이용한 배경은 꽤 공을 들여서 잘뽑아냈지만 제작비상승의 요인이었다면 역시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여간 cg에 돈을 많이 쓴게 아니라면 송일국의 개런티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만일 개런티때문에 이 공연이 그렇게 비싸지만거라면 비난 받아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큰 공연장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연극공연은 뮤지컬보단 수익구조가 많이 취약하기때문에 과도한 개런티는 문제가 있거든요. 그런게 아니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어쨌든 8만원은 너무 과도하고 그렇다고 5만원, 3만원 좌석은 너무 배려심이 없었던 공연이었네요.
대부분의 관객이 감동받으며 박수치며 나오는거 보니까 저만 느낀 찜찜한 식민사관에 대한 느낌은 저만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고 말고 싶어지구요. 프리뷰니까 봤지만 본공연에 대해선 딱히 추천하기도 애매했던 공연입니다. 너무 너무 감동적이었으면 165000원을 주고도 돈이 안아깝지만 8000원을 주고도 돈이 아까울때도 있으니까요.(165000원은 제가 살면서 본 가장 비싼공연의 티켓값) 딱히 2만원이 아깝다 정도는 아니지만 이게 8만원짜리 공연이란 시각으로 너무 본것도 문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숫자라는게 우스운거지만 이거보다 겨우 2만원 싼 6만원짜리 연극이었으면 돈가지고 이렇게 구차하게 길게 쓰지도 않았을것이거든요. 윤석화씨 무대인사합쳐 러닝타임이 90분이란 것도 좀 그렇고 이래저래 2만원에 잘 보고 왔다라고 생각하고 말래요. 송일국은 열심히 했고 역시 박정자씨 배해선씨 연기는 참좋았네요.
※ 낮은 등급에서라도 보신다면 왼쪽구역 추천합니다. 오른쪽 구역 관객들은 같은 돈 내고 억울할 장면이 몇장면있더군요. 윤석화씨가 조금씩 계속 수정한다고 하셨으니 수정될 수 도있는데 크게 개선되어질 것 같지는 않아요.